해롤드 애트리지 예일대 석좌교수 “목회자들 예수님 삶의 궤적을 따라야”

입력 2014-06-10 03:12
해롤드 애트리지 예일대 석좌교수가 9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요한복음 속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원주=강민석 선임기자

신약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해롤드 애트리지 예일대 석좌교수는 9일 세속화와 분열, 물신주의로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에 대해 ‘치열한 말씀 전파’가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한신교회와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이 주최한 ‘제8회 신학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는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만난 애트리지 교수는 “크리스천이 가져야 하는 인격의 틀은 모두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행동으로 보여주셨다”며 “개신교의 분열과 세속화를 극복하려면 목회자들이 예수의 삶의 궤적을 뚜렷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는 숱한 수난 속에서 발전해 왔다”며 “이럴 때일수록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선포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목회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을 주목할 것을 요청했다. 애트리지 교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톨릭은 각종 스캔들 때문에 교인들이 떠나는 분위기였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목회자들이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말씀을 선포한다면 결국 성도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신교의 연대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교단을 초월해 하나를 이뤄가는 일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애트리지 교수는 위기에 처한 교회의 해법을 요한복음에서 찾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요한복음은 ‘아이들이 수영할 만큼 얕지만 코끼리가 빠질 만큼 깊은 물’과 같은 성경”이라며 “숱한 극적 요소와 상징 속에서 부활하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쪽 뺨을 때리면 다른 쪽 뺨을 대라는 등 구체적 행동이 나타나는 공관복음과 달리 요한복음은 드라마틱한 장면과 상징으로 가득하다”면서 “목회자들은 요한복음의 내용을 성도들에게 연극이나 드라마 등으로 이해하기 쉽게 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신도들에게도 신앙공동체 안에서 요한복음을 다시 읽는 훈련을 계속 하라고 당부했다.

이날부터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신학심포지엄의 첫날 강의에서도 애트리지 교수는 목회자들에게 요한복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요한복음의 내러티브 수사학’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요한복음은 특정 공동체의 사회사를 보여주는 증거이기 이전에 문학적 작품”이라며 “문학적으로 접근하면 더 편하게 요한복음의 메시지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애트리지 교수는 요한복음에 나타난 요한의 시각으로 세월호 참사 등의 비극적 사태를 해석했다. 그는 “요한은 ‘왜 하나님이 비극을 두고만 볼까’라는 질문을 하는 대신 비극 가운데 계신 하나님에 대해 얘기하는 방식을 취한다”며 “오히려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신다(롬 8:26)’는 말씀처럼 위로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학심포지엄에는 전국에서 총 538명의 목회자가 참여했다.

원주=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