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고무줄 부채감축계획’-단독] ‘눈가리고 아웅식’ 공공기관 부채감축

입력 2014-06-10 03:35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공공기관 워크숍이 열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 정상화의 시발점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이 자리에서 공공기관의 부채감축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5월 초 감사원은 정부가 확정한 부채감축 계획이 1조2000억원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같은 달 중순에는 18개 부채 중점관리 공공기관이 기관장 해임 여부가 걸려 있는 9월 중간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5조6000억원 규모의 올해 부채감축 계획 수정안을 제출한 상태였다.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인 부채감축 계획이 지난 4월 확정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부실·오류가 발생하고 수정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기재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셈이다.

9일 기재부와 해당 공공기관에 따르면 한전과 LH 등 18개 부채 중점관리 공공기관의 부채감축 계획은 감사원 감사 결과 1조2559억원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을 받은 4개 공공기관은 이를 반영한 새로운 부채감축 계획을 기재부와 협의 중이다. 감사원 지적사항과 기관 자체 오류 수정, 법령 개정 등을 반영하면 18개 공공기관의 2017년까지 부채감축액은 46조7000억원에서 2조6172억원(5.71%) 줄어든 44조288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부채감축액에서 5% 넘게 줄어든 셈이다.

이와 별도로 18개 공공기관의 올해 부채감축액을 당초 계획보다 5조6000억원 늘린 수정 계획을 기재부에 보고했다. 2017년까지 부채감축 총액에 변화 없이 올해 앞당겨 부채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재부가 2017년까지 전체 부채감축액 중 25%를 올해 1∼8월 조기 감축하면 중간평가에서 가점을 준다는 지침을 하달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들이 낸 수정안을 보면 실질적 부채감축 효과보다는 올해 사업계획과 대금 지급을 내년으로 미루는 등 ‘눈 가리고 아웅’ 식이 대부분이다. 중부발전은 수명이 다된 서울 당인리화력발전소의 신규 건설 프로젝트 공정을 재조정해 올해 투입될 예정인 414억원의 투자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남부발전 역시 안정검증 강화를 위한 외국 기자재 대금 2370억원을 올 4분기에서 내년 1월로 지급 시기를 미루는 계획을 제출했다. 이렇게 될 경우 중소기업 등 거래 상대방의 피해가 우려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각 기관의 올해 수정 계획 인정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면서 “부채 감축과 관련한 감사원 지적사항도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선정수 이용상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