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차 협력금제가 시행되면 일본 하이브리드카의 수입이 증가되고 쌍용자동차는 판매가 31% 감소되는 등 국내 자동차 업계의 피해가 클 것입니다.”(김경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해마다 제도를 재설계하면 업계와 소비자에게 크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160만t을 감축할 수 있습니다.”(강광규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취지로 추진된 ‘저탄소차 협력금제’의 내년 도입이 불투명해졌다. 표면적으로는 제도를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실질적으로는 “제도를 실시하면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주장이 ‘먹힌’ 모양새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을 살 때는 부담금을 내게 하고 적게 배출하는 차량을 살 때는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9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엘타워에서 열린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도입 방안 공청회’는 부처 간 불협화음을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정부는 애초 단일안을 도출한 뒤 공청회를 열어 찬반 여론을 들을 계획이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세 부처의 싱크탱크 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 산업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최근 5개월간 제도를 논의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서는 정부 합의안 없이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만 발표됐다. 환경부와 산업부가 팽팽히 맞서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내년 제도를 도입할 것을, 산업부는 시행 유예를 주장했다.
연구용역 결과는 산업부와 업계에 유리하게 나왔다.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에 부정적 영향만 끼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5g/㎞ 초과인 에쿠스(5.0ℓ)에 최고 부담금(400만원)을 내게 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90g/㎞ 이하인 모닝LPG(수동) 모델에 보조금 100만원을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 결과 제도 시행 첫해인 2015년에는 이산화탄소가 4만9000t 줄고 부담금 덕분에 1550억원의 재정수입을 거둘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이 기간 국산차는 5000대, 수입차는 1500대가량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지난해 4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통과로 내년 1월 시행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예산을 짜는 기재부가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데다 시행령·시행규칙 마련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어서 순조로운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에서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산업연구원 사이에 발표시간을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신경전도 벌어졌다. 사회자인 박완규 중앙대 교수는 “상대편 발언 시간은 5분으로 제한해 달라고 두 차례나 쪽지를 주더니 정작 본인은 10분 이상 발표했다”며 산업연구원 측 발표자를 질책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시행 코앞인데… 저탄소차 협력금제 아직도 오락가락
입력 2014-06-10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