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이정현이 재보선 출마?… 그런 선택 안 할 것”

입력 2014-06-10 03:54
당권 주자로 나선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9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7·30 재·보궐선거 출마설에 대해 "이 전 수석이 그런(출마하는) 선택을 안 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전 수석은 출마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져 김 의원의 발언은 여권 내부에서 큰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만약 이 전 수석이 선거에 나오면 야권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모든 초점이 그곳에 맞춰져 선거의 본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서울 동작을을 염두에 두고 7·30재보선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 전 수석의 행보에 사실상 제동을 거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이 전 수석이 출마한다면 재보선이 이 정권에 대한 치열한 중간평가 선거가 돼 버린다"며 "이 전 수석은 그 누구보다 대통령에 대한 충정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조 친박(친박근혜) 출신이지만 현재 비주류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 재보선 공천에 앞서 견제구를 던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야권에서는 보궐선거에 아무래도 거물급 인사들이 공천받아 나올 것"이라며 "선거는 인지도 싸움인데 여기서 상향식 공천을 할 것인지 고민이며 (전략공천과) 절충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이런 발언은 '친박'과 '비박' 간 맞대결 구도라고 평가되는 새누리당의 7·14전당대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원과 맞서 당권 주자로 꼽히는 친박계 서청원 의원 측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다소 성급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전 수석에 대해 당 지도부의 방침도 아직 공식적으로 나온 게 없는데 김 의원이 이렇다 저렇다 언급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서 의원 측은 김 의원의 출마선언문 내용을 놓고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모든 구태를 과감히 청산하고 미래로 가기 위해 과거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는 김 의원의 발언이 서 의원을 정면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서 의원 측은 "김 의원 측이 새로운 정당민주주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이 같은 슬로건을 걸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면 우리가 '배신이냐, 의리냐'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면 김 의원 측은 기분이 좋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