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연정’ 제의… DJ ‘DJP연합’으로 정권 창출

입력 2014-06-10 03:49
6·4지방선거 이후 광역단체장 당선자를 중심으로 연정(聯政)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과거 여야 통합정부 시도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2005년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大)연정’ 제의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권력을 내각제 수준으로 이양하는 대신 소선거구제를 바꿔 지역 구도를 타파하자고 제안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은 당연히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열린우리당이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며 “대통령 권력 하의 내각이 아닌 내각제 수준의 권력이양 용의가 있다”고까지 밝혔다.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렸지만, 같은 해 9월 양자 간 회담은 현격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민생을 한 번 맡아 보라”는 노 전 대통령의 제안에 박 대통령은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우리 당은 야당으로 할 일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연정 제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현직 국가원수가 정치적 숙원 해소를 위해 통치 권력을 내놓겠다는 유례없는 제안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당시 국회의 ‘여소야대’ 구도를 깨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정치 빅딜’이란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의 ‘DJP 연합’은 정권 창출에 성공한 케이스다. 1995년 김 전 대통령 중심의 새정치국민회의가 이듬해 제15대 총선에서 참패하자, 김 전 대통령의 대권 가도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자민련과의 정책공조는 이를 만회하기 위한 회심의 전략이었다.

양당은 김 전 대통령을 제15대 대통령 후보로, 김 전 총리를 초대 국무총리로 하기로 합의했다. 또 내각제 개헌을 통해 ‘실세형 국무총리’에 힘을 실어주기로 약속했다. 이후 박태준 전 총리까지 가세한 새정치국민회의는 결국 1997년 평화적 여야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그러나 내각제 개헌 약속의 불이행과 동교동계의 인사 불만 등이 겹치면서 DJP 연합은 지속되지 못했다.

‘대연정’과 ‘DJP 연합’은 정국주도권 확보나 정권창출 등의 목적을 위해 정치적 수세에 몰린 진영에서 제안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정 움직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여야 간 연정은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척 헤이글 전 공화당 상원의원을 민주당 정권의 국방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세계 각국의 정치 현장에서는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