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세월호 뒷수습에 올인… 묵묵히 퇴장하는 정홍원 총리

입력 2014-06-10 02:48

박근혜 대통령의 차기 총리 후보자 지명이 임박하면서 세월호 참사 발생 후 뒷수습을 전담했던 정홍원 총리의 퇴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 총리는 지난해 박 대통령 취임 직후 첫 총리로 지명됐다.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이철희·장영자 부부 사기사건, 수서지구 택지공급 비리사건 등을 해결한 추진력으로 박근혜정부 1기 내각의 ‘책임총리’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국정의 전 분야를 세밀하게 직접 관여하면서 기대는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 정 총리는 묵묵하게 대통령을 보좌하는 ‘그림자 총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박 대통령 대신 사고 현장과 정부세종청사 등을 오가며 사고 수습에 ‘올인’해 왔다. 지난 4월 16일 사고 당일부터 지금까지 55일 동안 전남 진도 사고 현장을 8차례 방문했고,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을 7번 면담했다.

처음 사고 소식은 중국·파키스탄 방문 후 귀국길에 올랐을 때 접했다. 정 총리는 당시 태국 방콕에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은 인명 구조가 최우선이니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총체적 혼선과 무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지자 지난 4월 27일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벌써 사의를 표명한 지 44일이 지났지만 정 총리는 9일에도 진도 현장을 방문해 마지막 남은 실종자 구조를 독려했다.

사의를 밝힌 이후 정 총리는 청와대 국무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제대로 사고 수습을 못한 내각 수장이 무슨 얼굴로 대통령을 뵙겠느냐는 게 정 총리의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