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발(發) 여야 연정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여야의 일부 6·4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선거에서 패한 경쟁자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지방정부의 인사권을 독점하지 않고 정책에 대해서도 상대 당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약속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지방발 연정 움직임이 '마이 웨이'를 고집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개각 등 스탠스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지방정부 연정 움직임이 정치권에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경우 여야의 권력분점 등 근본적인 권력구도 변화를 야기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피어오른다.
지방발 연정 움직임이 전개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가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치열했다는 특징과 맞물려 있다. 둘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선 선거에서 경쟁했던 상대방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어렵게 당선된 후보가 자신을 찍지 않은 절반 가까운 유권자들의 의사를 외면한 채 지방자치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도 감안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쇄신파로 분류됐던 인사들이 당선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남·원·정'으로 불리며 여권 내 원조 쇄신파를 이끌었던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가 대표적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정치·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여야 어느 편의 손도 들어주지 않으며 더 이상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 난국을 수습할 것을 투표 결과로 주문했다. 정치권 역시 '국가 대(大)개조'의 대상이라는 자기반성도 작용했다. 여야 대치, 진보·보수 편 가르기, 정쟁으로 표현되는 구태정치를 계속했다간 국민들의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 있다.
지방발 여야 연정을 제일 먼저 제시한 사람은 남 당선자다(국민일보 6월 8일자 6면 참고). 그는 지난 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무부지사(가칭 사회통합부지사)를 야당 지도자들의 추천을 받겠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수당이 된 경기도의회, 새정치연합의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을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원 당선자도 지방선거 경쟁자였던 새정치연합 신구범 전 후보에게 지사직 인수위원장인 '새도정 준비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급속히 확산됐다. 새누리당의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같이 경쟁했던 오거돈 전 후보의 공약 중에서 부산 발전에 꼭 필요한 것들은 수용할 것"이라며 "오 전 후보는 물론 부산과 연고가 있는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공동대표, 문재인 의원 등 야당 지도자들과도 자주 만나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당선자는 이어 "오 전 후보 측 인사나 야당 인사들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할 것"이라며 "이런 여야 통합 과정은 신중히 검토한 뒤 실행돼야 하며 보여주기식으로 추진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의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자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의 박성효 전 후보와 꼭 한번 회동할 것"이라며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이 실제로 지방정부 연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구체적인 응답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여당 소속 당선자들의 제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방발 여야 연정 움직임에 여론의 지지가 높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부정적인 전망보다는 현재로선 더 많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기획] 인사권 독점않고 상대당 의견 존중… '지방發 연정' 힘 받을까
입력 2014-06-10 0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