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21억 턴 절도계 ‘넘버3’ 구속… 부잣집만 골라 144차례 범행

입력 2014-06-10 02:23

서울과 경기 일대 고급빌라와 아파트만 골라 수십억원대의 금품을 훔친 전문털이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수십 대의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주도면밀한 범죄 행각에 경찰도 혀를 내둘렀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모(42)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상습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국내 절도계의 ‘넘버3’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 강남과 경기 일대 부자동네만 골라 현금과 귀금속 등 21억6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대도(大盜)’였다. 공범 6명은 지난해 9월까지 모두 검거됐지만, 모두 144차례의 범행을 주도한 이씨만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는 2012년과 올 상반기 경찰청이 지명수배한 중요지명 피의자 20명 중 유일하게 절도 혐의로 명단에 올랐다.

이씨는 주도면밀했다. 만나기로 한 지인에게조차 약속장소를 계속 바꿔가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또 본인이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고 다른 사람을 내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잠복 8개월째인 지난달 26일 이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공업용 일자 드라이버 하나로 베란다 창문을 쉽게 따는 ‘전문가’였다. 아파트 6층을 베란다를 통해 오르내릴 정도로 날렵했다. 이씨는 절도 전과 8∼21범인 공범들을 이끌고 이른 저녁 불이 꺼진 부자동네를 노렸다. 범행시간은 고작 10∼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루에 9곳을 연쇄적으로 턴 적도 있었다. 교도소에서 같이 생활한 공범 중 일부가 잡히면 다른 공범들과 함께 범행을 계속했다. 공범들은 이씨를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빈집털이의 ‘기준’이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씨 등 일당 7명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 60대를 쓰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씨는 절도 전과 10범으로 10대 때부터 줄곧 절도행각을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 등은 고급빌라와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며 호화생활을 해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