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밤 로켓포와 수류탄, 자살폭탄조끼 등으로 무장한 괴한 10명이 파키스탄 경제 중심지 카라치의 '진나국제공항'을 공격해 최소 28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했다고 CNN 등이 9일 보도했다. 이슬람 무장세력 '파키스탄탈레반(TTP)'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숨진 자신들의 지도자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추가 공격도 예고했다.
◇12시간 만에 진압=무장세력 10명은 전날 오후 11시20분쯤 철조망을 뚫고 귀빈(VIP) 및 화물 운송에 쓰이는 터미널 출입구 3곳으로 나눠 공항 청사로 난입했다. 이들은 터미널 잠입 과정에서 가짜 공항보안요원 아이디(ID) 카드를 사용했으며 공항 보안요원 복장도 갖췄던 것으로 전해졌다. 3곳의 출입구 중 일부는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옛 터미널 인근의 항공기 기술지원 건물이었다고 파키스탄 영자지 던(Dawn)은 보도했다.
이들은 터미널에서 공항 보안요원과 교전을 벌였으며 수류탄을 던지고 총격을 가했다. 자살폭탄조끼를 입은 3명이 폭탄을 터뜨렸으며 그중 한 명은 장갑차 앞에서 자폭해 장갑차 안에 있던 사람이 부상했다고 카라치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신문은 2명의 무장괴한이 공항에 있던 항공기에도 진입을 시도했다고 보도했으나 확인되고 있지 않다.
파키스탄 당국은 군과 경찰, 공항 경비대원을 동원해 진압작전을 벌여 사건 발생 5시간 만인 오전 4시35분쯤 작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도 산발적인 교전이 계속됐다. 당국은 사건 발생 12시간여 만인 9일 낮 12시를 기해 진압작전을 완료하고 공항 통제권을 민간에 넘겼다고 밝혔다. 오후 4시부터 정상적으로 이착륙이 이뤄졌다.
진압 과정에서 10명의 무장괴한을 포함해 최소 28명이 숨졌다. 사망자에는 파키스탄항공(PIA) 관계자 4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PIA와 에어블루 여객기, 외국 국적의 화물 수송기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항공기를 비롯한 공항 자산은 손상되지 않았다며 이를 부인했다. 파키스탄군 정보 관계자는 "무장세력이 여객기를 납치하려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압작전이 계속되는 동안 항공기 이착륙은 전면 중단됐다. 또 파키스탄 내 전체 공항에도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파키스탄 정부와 TTP 간 평화협상에 찬물=샤히둘라 샤히드 TTP 대변인은 AFP통신에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정부에 보여주기 위해 이번 일을 벌였다"면서 "평화협상으로 당초 예상보다 공격이 늦춰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공격이 지난해 11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드론 공격으로 숨진 탈레반 지도자 하키룰라 메수드에 대한 보복이라고 강조했다.
30여개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2007년 결성한 TTP는 파키스탄 국경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프간 탈레반 및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이후 파키스탄 정부 전복을 위해 각종 테러를 일삼았다.
현지 언론은 이번 공격으로 지난해 5월 정권을 잡은 나와즈 샤리프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평화협상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샤리프 총리는 지난 2월부터 폭력사태 해소를 위해 TTP와 평화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타협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TTP는 정부에 이슬람 율법을 재판에 적용하고 드론 공격 중단과 탈레반 지역 내 정부군 철수 등을 조건으로 내걸어왔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파키스탄탈레반’ 공항 난입 총격전… 28명 사망
입력 2014-06-10 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