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고무줄 부채감축계획’-단독] 감사원 지적 등으로 늘어난 공공기관 부채 2조6172억

입력 2014-06-10 02:00

한국전력은 발전 6개사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량 구입한다. 당연히 전체 전력 생산량과 한전 구입량은 일치해야 하는데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감사원의 공공기관 정상화 특정감사 과정에서 이 수치가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정된 수치를 적용하니 한전의 부채감축 계획에서 1760억원의 구멍이 생겼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국가 출연금과 공단이 발행한 채권으로 철로를 건설한 뒤 코레일로부터 선로이용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의 경우 전체 매출 수익의 31%를 시설공단이 가져간다. 시설공단은 이 돈으로 부채를 줄이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시설공단이 선로이용료 수입을 코레일 전망보다 3285억원 높게 잡은 게 문제였다.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셈이다. 감사원은 코레일의 전망치가 타당하다고 보고 시설공단이 제시한 부채감축 계획(2014∼2017년)에서 3285억원을 빼라고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도 감사원 지적으로 부채감축 계획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지금까지는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국가 명의의 유휴지를 매각하면 그 돈은 도로공사의 몫이었는데 감사원이 이를 국가에 귀속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이로 인해 감사원이 산정한 도로공사 손실액(2014∼2017년)은 2714억원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부채가 늘진 않았지만 정부 출자금이 무산되면서 투자 사업을 포기한 경우다. 해외 투자 사업을 벌이려고 정부로부터 출자금을 받으려다 기준에 걸려 예상 액수보다 4800억원 축소됐다. 이 돈을 부채로 떠안을 위기에 닥치자 아예 총 투자비를 그만큼 줄인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1건)와 한전(3건), 한국석유공사(1건)도 감사원 지적을 받았지만 각 기관이나 주무 부처가 인정하지 않아 아직 부채 인상액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법령 개정으로 부채가 증가한 곳도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기존 학자금 대출을 저금리 든든학자금(ICL)으로 전환하는 한국장학재단법이 지난 4월 개정되면서 대출금리 인하와 원금감면 등으로 2조1289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저금리 ICL은 형편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싼 금리로 빌린 뒤 취업 후 갚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렇게 감사원 지적과 법령 개정 등으로 늘어난 18개 부채 중점관리 공공기관의 부채는 2조6172억원에 이른다. 공공기관의 부실 계획 수립도 문제지만 부채감축 계획을 총괄한 기획재정부도 공공기관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