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함모(46)씨는 최신 개봉 외국 영화를 보기 위해 지난 4월 말 서울 송파구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았다. 장애인 할인 신청을 받을 생각이었지만 막상 매표소 앞에서는 일반 티켓을 끊어야 했다. 가뜩이나 의사소통이 힘든 상황에서 직원에게 장애인 할인을 받고 싶다고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등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의 눈총도 부담이 됐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지난 3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자들을 상대로 ‘차별을 해소해 달라’고 진정을 넣었다. 유명무실한 장애인 할인제도 탓이다.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는 장애 급수와 관람요일에 따라 3000∼5000원을 할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롯데시네마는 현장예매를 할 경우에만 할인을 해준다. CGV·메가박스는 일반 티켓을 인터넷 예매 후 매표소에서 장애인복지카드를 제출하고 재결제하거나 현장예매를 해야만 할인받을 수 있다. 사실상 인터넷 예매로 할인을 받을 수 없다 보니 매표소에 대기하는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야 한다.
장애인석을 찾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2012년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서울시내 대형 영화관의 장애인 전용석 비율은 1∼2% 수준이었다. 가장 많은 곳이 3%였다.
마련된 장애인석도 대부분 맨 앞자리여서 영화를 온전히 보기 힘들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시민연대’가 같은 해 전국 173개 영화관 1143개 상영관을 조사한 결과 장애인석이 설치된 1130개 상영관 중 722개(81.1%)가 장애인석을 객석 가장 앞줄에 설치했다.
열악한 상황 탓에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문화, 예술, 체육 영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은 총 274건에 달한다.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는 9일 “문화시설은 장애인을 문화소비자로 여기기보다는 이벤트성 ‘하루나들이’ 고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문화 융성을 이루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문화 접근 정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매표소서 장애 드러내야 할인… 두 번 울리는 영화관 장애인 할인
입력 2014-06-10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