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코끼리'는 화해할 수 있을까. 아시아의 군사 대국인 중국과 인도가 관계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양국은 히말라야산맥 인근 지역에서의 영토 분쟁으로 1962년 전쟁까지 치른 앙숙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인도를 방문한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9일 프라납 무커지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연이어 예방했다. AFP통신은 양국 만남에 대해 "핵(核)으로 무장한 두 라이벌 강대국이 지난 수십년간의 긴장을 털어내고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무커지 대통령은 이날 국회 연설에서 "인도 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자 하는 모든 인접 국가들과 힘차게 결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문은 모디 총리가 작성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그의 의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의원내각제를 실시하는 인도에서는 지난달 총선에서 압승한 모디 총리가 실권자다. 앞서 8일 왕이 부장과 수시마 스와라지 장관의 외교장관회담에서는 시 주석이 올해 안에 인도를 방문키로 합의됐다.
이처럼 인도의 대중(對中) 접근에는 총선에서 경제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모디 총리의 결단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모디 총리는 국수주의자라는 평판에도 불구하고 구자라트 주지사 때부터 중국을 자주 방문했고 "중국의 경제성장을 배우자"고 주장했다. 자신의 저서 출판기념회에서도 "인도가 중국을 따라잡으려면 12억명 인구 중 70%인 35세 미만 젊은이들을 교육해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인도인들은 초고속 열차보다 고속열차를 생각하는 등 '작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기술·규모·속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본격적인 해빙 기류로 접어들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영토 분쟁은 진행형이다.
중국은 인도 동북부 아루나찰 프라데시주 9만㎢를 자국 영토로 보고 있는 반면 인도는 중국령 카슈미르 악사이 친 지역의 3만800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62년 전쟁 뒤에도 지난해 4월 중국군이 인도령 카슈미르의 통제선을 넘는 바람에 3주간 군사적으로 대치했다. 인도에 중국은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으로 교역 규모가 700억 달러에 달하지만 400억 달러 규모의 적자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과 가까워지는 반대급부로 미국과 소원해질 수 있는 점도 숙제다. 모디 총리는 오는 9월쯤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영토분쟁 앙숙 중국·인도, 화해 손짓
입력 2014-06-1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