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록 유출사건 수사 용두사미로 끝나

입력 2014-06-10 02:48
검찰이 9일 지난 대선 때부터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을 벌인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 관련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만 약식기소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모두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장기간 수사한 것치고는 초라한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용두사미 수사의 전형이다.

무엇보다 이번 수사의 결론은 형평성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은 것과 삭제를 문제 삼아 노무현정부 인사 2명을 정식으로 기소한 것과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최고 통치자의 지시 없이 대화록에 손을 대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한 만큼 이번 결론은 살아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가 우려스러운 또 다른 이유는 19일 발효되는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시 이 사건이 특별검사의 손에 맡겨질 가능성을 남겼다는 점이다. 물론 법무부 장관이나 국회의 합의가 있어야 특검의 손에 넘어가지만 면죄부 수사라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또 한번 여야 간 힘겨루기로 한바탕 소란을 벌일 것은 불 보듯 훤하다.

당시 국가정보원장과 국회정보위원장 등 여권 인사들이 대화록 발췌본을 가져와 함께 열람하고 민감한 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 누설한 것은 비록 절차상 위법은 없었다 할지라도 비도덕적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NLL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취지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시한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검찰은 기자회견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상한 논리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사실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은 분량이 많아 전후 맥락을 완전하게 해독해야 뜻이 분명해지는데도 NLL과 관련된 노 전 대통령의 발언만 부각시켜 여권이 정치공세를 퍼부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대선을 통해 이를 부각시켜 이득을 본 여권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 물고 늘어져 결국 전대미문의 정상회담 기록 공개라는 파문을 낳게 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백해무익한 일을 정치권이 앞장선 것이나 다름없다.

지구상 존재하는 문명국가치고 정상회담 기록을 낱낱이 공개하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정상회담이란 그 성격상 외교사절 등 공식 외교라인이 해결할 수 없는 민감하고도 예민한 문제를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끼리 만나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고도의 정치행위로, 제삼국이 알아서도 안 되고 알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검찰의 수사와는 별도로 우리 정치권도 앞으로는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검찰을 이용하는 저급한 방법을 자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