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안도현(사진)에게 백석은 짝사랑의 대상이었다. 대학생이었던 1980년 백석의 시를 처음 본 뒤부터였다. 그는 “(백석의 시는) 내가 깃들일 거의 완전한 둥지였다”고 고백해 왔다. 안도현이 백석의 생애를 객관적으로 복원한 ‘백석평전’을 내놨다.
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도현은 “태어나서 가장 긴 글을 썼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의 백석평전은 한 사람의 일대기를 쓴 전기나 소설처럼 읽힌다. 실제 백석의 유년시절부터 오산학교와 일본 유학생활, ‘사슴’을 내놓고 잘 나가던 시절, 그리고 사랑 이야기까지 모두 담았다.
안도현은 “사람들은 일부만 보고 백석을 모던 보이, 바람둥이 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2년에 걸쳐 자료를 모으고 쓴 만큼 ‘백석평전’이 백석을 이야기하는 평전의 표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안도현은 백석이 30년간 보낸 북한에서의 삶을 알아보는 데 집중했다. 남북작가회의 참석 등으로 북한에 방문할 때마다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안도현은 “북한 당국은 그의 시를 공개하지 않고 양강도에서 농사를 지었다는 말만 하고 있다”면서 “백석 생애 30년이라는 구멍이 생긴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신 백석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적해서 직접 만났다. 백석시선집을 쓴 이동순 시인, 백석 전집을 낸 원광대 김재용 교수에게 자문도 구했다.
철저한 조사 덕에 그동안 백석의 시로 알려졌던 ‘나와 지렝이’ ‘늙은 갈대의 독백’과 만주의 만선일보에 ‘한얼생’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던 시들이 그의 시가 아니라는 점을 발견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일부만 보고 백석을 바람둥이 오해”
입력 2014-06-10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