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11개월만에 LPGA 투어 우승… 통산 10승 쾌거

입력 2014-06-10 02:31

박인비가 돌아왔다. 세계랭킹 2위로 내려앉은 지 1주일 만이자 11개월 만에 거둔 시즌 첫 승이다. 비록 당장 1위에 복귀하진 못했지만 그는 ‘골프 여제’ 등극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박인비는 9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 사일로 골프장(파71·633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뒤 “기다렸던 첫 승을 거뒀다”며 기뻐했다.

◇모두가 갈망했던 첫 승=사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은 예년과 달리 우승에 대한 갈증이 컸다. 해외동포인 미셸 위와 리디아 고 만이 한 차례씩 우승을 차지했을 뿐 토종 선수들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 사이 박인비도 벌어놓은 랭킹점수를 까먹으면서 지난 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게 ‘여제’ 자리를 물려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박인비는 “지난 시즌 이후 아무래도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주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압박감을 느끼고 조급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퍼트 자세나 스트로크를 비디오로 연구했고, 그 플레이를 떠올리며 경기했다”면서 “올해 경기 중 퍼트 스트로크가 처음으로 마음에 들었다”고 우승 비결을 귀띔했다. 실제로 이날 박인비는 지난해 한참 때의 퍼팅을 과시하며 동반자들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했다.

박인비는 “선수가 정상 탈환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 “최대한 일찍 되찾고 싶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짜릿한 역전우승=박인비는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언더파 69타를 써내며 공동 18위로 출발했다.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5타를 줄이며 공동 6위로 올라선 그는 3라운드에서 역시 보기 없이 6타를 줄이며 공동 2위로 도약했다. 선두는 박인비에 2타 앞선 펑샨샨(중국). 박인비는 전·후반 각각 5개의 버디로 10타를 줄이는 완벽한 플레이로 2위 크리스티 커(미국·20언더파 264타)를 3타차로 따돌리고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8번홀까지 5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 경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박인비는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가량에 떨어뜨리고 버디를 추가했다. 12번홀(파3)에서는 홀인원이 나올 뻔한 정도로 홀컵에 바짝 붙여 한 타를 더 줄인 박인비는 이후 13∼14번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낚아 펑샨샨, 커와 격차를 벌렸다. 박인비는 1라운드 4번홀에서 유일한 보기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3개 라운드에서는 ‘노보기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박인비가 작성한 10언더파 61타는 지난해 3라운드에서 디펜딩챔피언 박희영이 기록한 코스레코드와 타이기록이었다. 지난해 메이저대회 3개를 포함해 6승을 올렸던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을 시작으로 통산 10승을 돌파했다. 지난해 6월말 US여자오픈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3억원)를 챙기며 시즌 상금 74만4510달러를 기록, 상금 순위 4위로 올라섰다.

◇가을의 신부 박인비=박인비가 겨냥하고 있는 대회는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US여자오픈이다. 박인비는 이 대회에서만 2승(2008·2013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 대회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는 “US오픈 코스는 나의 골프 스타일과 잘 맞다”면서 “올해 가장 기다렸던 대회 중 하나”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제가 우승한 적이 없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도 우승하고 세계랭킹 1위를 되찾는 것이 목표”라며 각오를 다졌다. 9월 제5의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마스터스를 끝낸 뒤 약혼자인 남기협씨와 국내 골프장에서 결혼식을 갖는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