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총리 인선이 막판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가 개혁 적임자이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물색하고 있지만 ‘구인난’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지난달 28일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전격 사퇴 이후 총리 후보자 지명은 더욱 어려워졌다. 총리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릴 수 있는 인사 폭이 워낙 한정된 데다 검증 절차 역시 더욱 엄격해진 탓이다. 후임 총리 후보자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내각 개편도 늘어지면서 일부 부처에선 인선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인사 검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검증이 완료되면 인사를 미룰 이유가 없는데 늦어지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과 언론의 강도 높은 사전 검증 경험에 비춰 일부 인사들은 본인이 고사하거나 검증과정에서 자연스레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특히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재산 형성과정은 물론 가족 관련 사생활도 여과 없이 언론에 노출되는 데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사들도 있다고 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검증 작업이 변수”라고 말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정치인, 법조인 또는 관료, 충청·강원권 인사들이 돌아가며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증 작업을 진행하는 청와대 역시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책임론과 비판이 제기되면서 철저한 검증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졌다. 청와대는 특히 인사위원장을 겸하는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야권의 비난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인사청문 절차를 무난히 통과할 인사는 인지도가 낮고, 이름이 알려진 개혁 또는 사회통합형 인사는 한층 높아진 검증 문턱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는 기류가 흐른다. 이 때문에 차기 총리감은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을 이끌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할 인사가 아니라 흠결 없는 인사라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선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았던 인사들 중 깜짝 발탁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들 중 일부는 자신이 끝까지 고사했거나 또 일부는 검증 과정 도중에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 거론되지 않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 이름이 최근 국정원장 후보로 오르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늦어도 이번 주 중에는 후임 총리를 지명할 예정이다. 오는 16∼21일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방문이 예정된 만큼 총리 인선을 마무리 짓고 순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교체는 박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온 이후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총리 후보자가 나온다 해도 내각 개편은 또 다른 문제다. 총리가 공식 임명된 뒤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해 내각 개편을 단행하면, 교체되는 일선 부처 장관의 임명은 8월까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수개월간 국정 공백과 함께 ‘인사(人事) 정국’이 이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따라서 새로 지명된 총리와 협의하되, 형식적으로는 현 정홍원 총리의 제청을 받아 내각 개편을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민 대변인은 “개각 대상 부처 숫자와 날짜, 방식, 소요시한, 정치일정 등 여러 상수를 두고 연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높아진 검증 문턱에 고사·중도 배제… 총리 인선 심각한 구인난
입력 2014-06-10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