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국가’ 대한민국③] 소주 광고 모델로 남녀 커플 기용… 여성·젊은층에 술 권하는 사회

입력 2014-06-10 02:47

소주 광고 모델이 달라지고 있다. 남성 소비자를 겨냥해 여성 모델을 동원하던 철칙이 깨졌다. 여성과 대학생 등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남녀 커플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게 보편화됐다.

지난해부터 소주 회사들은 배우 조인성과 고준희, 이수혁과 공효진, 유아인과 문채원 등을 나란히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광고에서 여럿이 어울려 알코올 함량이 전보다 낮아진 소주를 마시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정슬기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9일 “소주는 주로 삶이 힘겨운 서민과 가장들이 시름을 덜고자 취하려고 마시던 술인데 요즘은 즐기려고 마시는 술이 됐다. 한국의 가장 대중적인 술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건 그만큼 술을 소비하는 계층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최근 소주 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알코올 함유량 18%(18도)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한 업체는 18도의 벽을 깨고 16.9도짜리 소주를 내놓기도 했다.

여기엔 술 판매량을 올리기 위한 소주 회사의 전략이 담겨 있다. 순한 소주로 취한 기분을 느끼려면 과거 독한 소주를 마실 때보다 더 많이 마셔야 한다. 실제로 2006년 347만41㎘이었던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11년 383만334㎘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소주가 인기를 끈 건 값이 싸면서 독한 술이었기 때문이다. 가난했던 시절 술의 미덕은 적은 돈으로 쉽게 취하도록 해주는 거였다. 그래서 소주는 ‘서민의 술’이었는데 요즘은 양상이 달라졌다.

1990년대 국내에서 생산되는 소주는 대부분 23도였다. 2006년이 돼서야 ‘20도 소주’가 대중화됐다. 1973년 25도짜리 소주가 처음 출시된 이래 20도까지 낮아지는 데 33년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이후 16도로 내려오는 데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2005년만 해도 전무했던 20도 이하 소주는 2010년 소주시장의 73.4%를 차지했다.

정 교수는 “가장 대중적인 술의 도수를 낮춰가는 이유는 순한 소주를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한편 술을 더 많이 팔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현상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술을 마시게 하는 ‘술 권하는 사회’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