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아톰의 귀환

입력 2014-06-10 02:15
한국계 3세 일본 기업인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1981년 24세에 창업한 회사를 키워 지난해 NTT도코모를 제치고 일본 휴대전화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미국 잡지 포브스가 조사한 한·중·일 150명의 부자 순위에서는 197억 달러의 주식 자산을 보유해 1위에 올랐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 때는 100억엔과 자신이 은퇴할 때까지 보수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기부왕이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그가 2010년 6월 주주총회에서 어려웠던 유년시절과 가족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불법 판잣집에서 태어났다고 호적에 ‘무(無)번지’라고 쓰일 정도로 그의 집안은 지독히 가난했다. 철없던 시절 사랑을 듬뿍 주었던 할머니를 대할 때면 김치와 한국, 차별이 생각나 정말로 싫다고 말해버린 것이 너무 죄송하다며 손 회장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나중에 할머니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더 가난한 한국의 아이들이 일제 헌옷을 받아들고 기뻐하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을 행복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향후 소프트뱅크의 30년 비전을 제시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누군가) 마음속에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하다”면서 “이름도 모르는, 그저 단 한 명의 아이가 기뻐해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엊그제 소프트뱅크가 감정인식 로봇 페퍼(Pepper)를 공개하며 내년 2월 200만원가량에 시중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키 121㎝에 28㎏인 페퍼는 가슴에 10.1인치 디스플레이를 달고 사람의 표정이나 음성 인식을 통해 감정을 읽고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인공지능으로 대화소통이 70∼80% 가능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의 페퍼 로봇이 정보와 감정을 습득하면 다른 로봇도 이를 공유할 수 있다.

손 회장은 “어렸을 때 ‘우주소년 아톰’을 봤다. 아톰은 눈물은 없지만 감정을 가진 로봇”이라면서 오랫동안 로봇 개발을 꿈꿔왔다고 했다. ‘철완 아톰’(한국명 우주소년 아톰)은 일본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가 1952년에 연재한 만화로 1963년 만화영화로 제작돼 TV에 방영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새로운 꿈을 꾸고 끝없이 도전하는 이들 덕분에 로봇과 함께 사는 세상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일자리를 빼앗기고 영화에서처럼 로봇의 지배를 받는 재앙이 될지도 모르지만.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