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發 ‘協治바람’ 전국으로 확산되길

입력 2014-06-10 02:48
일부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 상대 정당 끌어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방발(發) 협치(協治) 실험이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현재 새누리당 소속의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의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자 등이 이 같은 견해를 피력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쇼’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상대 정당의 식견이나 경험을 도정, 시정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은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특히 ‘황금 분할’로 나타난 6·4지방선거 민심과도 부합한다. 여야 어느 쪽도 승리했다고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결과가 나온 건 화합의 정치를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 정당과 함께하겠다는 일부 당선자들의 자세는 선거에서 이겼다고 오만에 빠져 독식하려 들지 말라는 유권자들의 경고를 수용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선거 때부터 부지사 중 한 명을 야당에서 추천받겠다고 공약해 온 남 당선자의 경우 이미 야당 측에 추천을 부탁했다고 한다. 야당 출신 부지사는 복지·노동·환경 분야를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원 당선자는 자신과 경쟁했던 신구범 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아예 임기 4년의 밑그림을 그릴 도정인수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신 전 후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성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서 당선자와 권 당선자는 상대 후보의 공약 채택, 인수위에서의 협력 등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예전에 없던 파격이다.

거센 반발은 제주에서 나왔다. 새정치연합 제주도당은 원 당선자를 겨냥해 “상대 당 후보였던 인물을 이미지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매우 저열한 정치 쇼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 전 후보가 안 당선자의 제안을 “신선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이와 함께 제주와 경기의 경우 상대 정당이 도의회의 과반을 차지한 점이 원·남 당선자의 ‘불가피한 양보’를 불러왔다는 시각도 있다. 그 같은 분석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승자와 패자가 손을 잡고 지역 발전과 주민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려는 건 다른 지자체는 물론 중앙 정치권으로도 확산돼야 할 참신한 현상이라고 하겠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사회의 고질인 세대·지역·이념 갈등이 거듭 표출됐다. 동시에 세월호 참사 이후의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는 민심도 확인됐다. 결국 통합과 화합이 중요한 화두로 부상한 셈이다. 당선자를 지지한 쪽도, 낙선자에게 한 표를 준 쪽도 이제는 일심협력(一心協力)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남·원 당선자처럼 당선자 측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게 필요하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절반의 승리’에 그치면서 향후 자치단체 운영에 애로를 겪게 될 것이다. 패한 쪽의 경우 대안 없이 비판만 퍼부으며 발목 잡는 구태를 재연했다간 더 큰 낭패를 보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협치 실험이 성공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