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화가 발튀스(1908∼2001)는 환상적이면서 강렬한 구상회화를 통해 ‘20세기 회화의 거장’부터 ‘이단자’까지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다. 에로틱한 포즈의 사춘기 소녀 그림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그의 유명한 팬이었다. 발튀스의 20세기 회화가 21세기 사진으로 재창조됐다.
일본 사진작가 히사지 하라(사진)를 통해서다. 히사지는 최근 영국 런던 마이클 호픈 갤러리, 미국 로즈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컬렉터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작가다.
그가 13일부터 갤러리 진선에서 열리는 국내 첫 개인전 ‘발튀스 회화의 고찰’에서 ‘테레스의 초상’을 비롯한 12점의 인물사진 등 총 1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히사지는 발튀스를 15세기 르네상스 이후의 유럽 회화 전통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12세기 이전 동양의 산수화 전통을 받아들인 작가로 해석했다. 그가 발튀스 작품을 사진으로 재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히사지는 9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발튀스가 동·서양의 차이를 극복함으로 얻어낸 보편성을 나는 사진과 회화의 차이를 극복함으로써 얻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히사지는 발튀스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작품으로만 그를 바라봤다.
“발튀스의 작품에서 변태성 논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해석은 그의 그림을 본 제3자들이 가한 것일 뿐, (나는) 사진을 통해 그의 그림에 숨어있는 기하학적 구도의 공식을 따랐다.”
이런 생각은 히사지의 작품에 그대로 투영된다. 예를 들어 그는 소녀의 나체를 그린 발튀스의 ‘기타 레슨’에서 소녀 자체보다는 소녀가 화면의 대각선상을 따르는 기하학적 구도에서 긴장감이 유지되는 요소에 주목했다. 또 발튀스가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미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소녀들을 자신만의 신비적인 모노톤으로 재현했다. 여기에 일본적인 해석을 더하고 19세기 프린트 기법을 구사해 차별화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촬영 현장엔 인공 연기를 만들어 발튀스의 그림에서 표현된 물체간의 거리감을 사진의 공기원근법으로 재현하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히사지는 이번 개인전에 또 다른 기대감을 드러낸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그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치유의 역할을 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회화와 사진, 서양과 동양, 그리고 한국과 일본 등에는 문화적 경계의 개념이 있지만 이를 뛰어넘어 상호간에 소통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전시를 통해 한국 관람객들이 이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인터뷰] 한국 첫 개인전 히사지 하라 “에로틱하다고요? 보는 분 해석 따라 다른 거죠”
입력 2014-06-10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