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가 전하는 희망 메시지] ②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

입력 2014-06-10 02:25

‘홍명보호’의 주장이자 공격형 미드필더인 구자철(25). 그의 아버지 구광회(54)씨는 국가유공자다. 구씨는 평소 아들에게 “국가대표는 국가를 위해 모든 걸 바쳐야 한다”고 사명감을 심어줬다. 구자철은 아버지의 말을 가슴에 깊이 새겼고, 이제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모든 걸 바쳐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하려 한다.

◇“축구로 성공해 효도할게요”=구씨는 24년간 공군 전투기 F-16 정비사로 복무하다 2002년 전역했다. 총을 분해하다 사고로 오른쪽 눈을 다쳐 의가사 제대 후 국가유공자가 됐다. 어린 구자철은 아버지에게 “축구로 꼭 성공해 효도하겠다고 했다”고 약속했다. 구씨는 요즘도 아들의 마음가짐이 느슨해지면 “나는 군인 시절 국민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돼 있었다”며 분발을 촉구한다.

병역법 제62조에 의거해 국가유공자의 자녀나 형제, 자매 중 한 명은 보충역에 편입돼 6개월간의 공익근무로 국방의 의무를 마칠 수 있다.

구자철의 형은 세계적인 축구 선수를 꿈꾸는 동생에게 말했다.

“내가 입대할 테니 넌 공만 열심히 차!”

형은 2년간의 군 복무가 축구선수에겐 치명적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구자철은 가족의 사랑으로 꿈을 이뤘다. 지난해 6월 결혼한 구자철은 임신 중인 아내를 한국에 두고 혼자 독일에서 지냈다. 지난 3월 아들을 얻은 구자철은 지난달 12일 귀국해 아기와 처음 만났다. 구자철은 아들 생각만 하면 힘이 불끈 솟는단다.

◇철저한 자기관리=구자철은 키 1m83, 몸무게 75㎏의 탄탄한 몸매를 자랑한다. 하지만 청주 대성중 입학 당시 키는 1m46에 불과했다. 키가 크면 축구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구자철은 매일 우유 1ℓ를 마셨다. 훈련 때 물 대신 우유를 마신 덕분에 구자철은 키가 콩나물처럼 쑥쑥 컸다.

구자철은 보인정보고 시절 빈혈로 한 달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퇴원 후 구자철은 철분제를 먹어 가며 뛰었다. 2012년 후방십자인대 파열로 9개월간 독일 구자철 집에 머물며 재활한 홍정호(25)는 구자철의 철저한 몸 관리를 보고 배웠다.

구자철은 성실함 덕분에 프로 무대에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2011년 1월 제주 유나이티드를 떠나 볼프스부르크(독일)로 이적했던 구자철은 2011∼2012 시즌 후반기에 분데스리가 하위팀 아우크스부르크에 임대됐다. 그리고는 그야말로 ‘임대 신화’를 썼다. 임대 직전까지 12경기에 출전해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던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15경기에서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구자철을 영입한 후 5승7무3패를 기록, 14위에 올라 강등권(16∼18위)을 벗어나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2시즌 연속 아우크스부르크의 1부 리그 잔류를 이끈 구자철은 지난 1월 500만 유로(약 70억원)에 마인츠로 이적했다.

◇“주장은 나의 운명”=한국 축구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21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구자철을 주장으로 선임했다. 홍 감독은 자신이 지휘한 2009 이집트 U-20 월드컵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 런던올림픽 모두 구자철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다.

구자철은 조직력을 앞세운 플레이와 전방 압박 등 홍 감독이 선호하는 축구를 가장 잘 구현하는 선수다. 아줌마처럼 동료들을 잘 챙겨 별명이 ‘구줌마(구자철+아줌마)’다. ‘원 팀(one team)’을 만들 수 있는 적임자인 셈이다. 홍명보호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구자철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구자철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홍명보호도 없었을 것이다. 구자철과 홍명보호는 둘이 아니라 하나다.

구자철은 ‘기부천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언론에 알리지 않고 3000만원을 기부했고, 대표팀 경기 땐 자비를 들여 여러 차례 난치병 아이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구자철 프로필

·생년월일 : 1989년 2월 27일

·키/몸무게 : 1m83/75㎏

·포지션 : 공격형 미더필더

·선수 경력 : 제주 유나이티드(2007∼2010)

볼프스부르크(2011∼2012)

아우크스부르크(2012∼2013)

마인츠(2014∼현재)

·대표 경력 : U-20 대표(2007∼2008)

U-23 대표(2008∼2012)

A대표(2008∼현재)

·A매치 : 36경기 12골

·우승 : 동아시안컵(2008)

·수상 :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2010)

K리그 도움왕(2010)

K리그 팬타스틱 플레이어(2010)

K리그 베스트 일레븐(2010)

카타르 아시안컵 득점왕(2011)

런던올림픽 동메달(2012)



마이애미=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