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승준] 지구 살리는 종이팩 재활용

입력 2014-06-10 02:53

선선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 싱그러운 꽃들 사이에서 즐기던 봄을 빼앗겼다. 때 아닌 고온 현상으로 개구리가 봄이 온줄 알고 알을 낳으러 나왔다 얼어 죽고, 예정보다 빨리 핀 봄꽃에 봄기운을 느끼려는 사람들이 급하게 몰리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에 전국에서 기상 신기록 행진이 이어졌다. ‘때 아닌’ 고온 현상이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라는 데 논란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기상 이변으로 나타나는 기후변화 문제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여름, 집중호우로 서울 우면산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나고, 강남에서는 물난리가 났다. 올 2월에는 영동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폭우나 폭설, 폭염은 더 이상 갑작스러운, 때 아닌 재난이 아닌 것이다.

1년에 1만5000㎞를 달리는 승용차 1대가 배출한 온실가스를 없애려면 17그루의 소나무를 심어야 한다. 숲은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밀림에서는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면적의 두 배인 약 2000만㏊ 이상의 산림이 사라졌다. 이처럼 소중한 숲을 살리고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종이팩 재활용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유리병에 담긴 우유를 알고 있을까. 종이팩에 담긴 우유는 1972년에 처음 등장했다. 부서질 위험이 없고 다루기가 쉬워 사용량은 점차 증가했고, 현재는 우유 용기의 약 70%가 종이팩이다. 유리병 우유는 이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됐다. 지금도 종이팩은 우유나 음료 용기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30% 정도만 재활용된다. 금속캔이나 페트병, 유리병, 플라스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유럽 국가 중 종이팩 재활용률은 독일 65%, 스웨덴 44%, 벨기에 68%다.

가볍고 취급이 용이한 종이팩을 제대로 재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우유나 두유, 주스 등의 종이팩을 신문지나 일반 폐지와 같이 종이류로 분리 배출하면 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종이팩은 안쪽 면이 코팅되어 있어 일반 폐지와 구분해 따로 배출해야 재활용된다. 종이를 재활용하려면 먼저 종이를 물에 풀어서 모래나 스티로폼 알갱이 같은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코팅된 종이팩은 물에 잘 풀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물질과 함께 폐기물로 다시 배출된다.

지자체에도 책임이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종이팩과 일반 폐지를 분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일반 폐지와 구분하지 않은 채 수거한다. 지자체가 앞장서서 수거한 재활용품 선별에 힘쓰고, 주민들에게 재활용의 필요성과 바른 재활용법을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약 7만t의 종이팩이 생산되는데 종이팩을 만드는 데 필요한 천연펄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종이팩을 100% 재활용하면 20년생 소나무 140만 그루를 아끼고, 약 497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종이팩 1㎏을 재활용하면 50m 길이의 두루마리 화장지 3개를 만들 수 있다. 경기도 전 지역, 서울 강동구 강서구 동작구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종이팩 1㎏을 가져가면 화장지 1롤로 교환해주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종이팩 1㎏은 200ml 우유팩 100개, 500ml는 56개, 1000ml의 경우 36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한 가정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종이팩을 모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쉽지 않다. 우리 동네에서 이와 같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지 주민센터에 확인하고 주민들이 함께 모아 화장지를 나누고 나무도 살리는 것은 어떨까.

윤승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