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잘 흡수하면서 움직임이 자유롭고 ‘갖추어’ 입은 모양새까지 겸비한 명석한 피케 셔츠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세계적 테니스 챔피언인 프랑스의 스포츠 영웅 르네 라코스테다. 당시 테니스 선수들은 폴로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긴 소매의 드레스 셔츠를 입고 코트를 누볐는데 이는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복장이었다. 1933년 라코스테는 작은 벌집 형태를 이룬 오돌토돌한 ‘저지 피케 면’ 소재를 이용한 신개념의 운동복을 고안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악어표 피케 셔츠의 모태가 옥스퍼드 면으로 만든 긴 소매의 폴로(경기) 셔츠였다는 점이다. 짧은 소매와 부드러운 깃에 통풍과 신축성으로 무장한 라코스테의 테니스 셔츠는 폴로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피케 셔츠의 역사를 논할 때 라코스테를 빠트릴 수 없는 까닭이다.
티셔츠가 마냥 천덕꾸러기 같을 때, 셔츠가 지나치게 무게를 잡을 때 중간 가도를 달리는 피케 셔츠만한 것이 없다. 슈트 안에 셔츠 대신 입으면 셔츠의 날이 선 격까지 닿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예의를 지켰다는 안도감을 준다.
어디든 별 탈 없이 매치되는 후덕함과 남녀노소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용이함은 피케 셔츠가 선물 품목으로 인기를 모으는 요인이다. 유연하게 접히고 세워지는 깃, 정갈한 태, 스포츠맨의 얼이 스민 편안함, 단추를 잠그고 끄르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 도시와 여가생활을 두루 만족시키는 다재다능함. 80여년 전 한 테니스 선수의 고민은 우리에게 이처럼 훌륭한 유산을 남겨주었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
[패션노트] (22) 피케 셔츠, 예의 바른 운동복
입력 2014-06-10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