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창업공신’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사퇴를 시작으로 청와대 참모진의 대폭 개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핵심 참모이자 최측근인 이 수석 교체를 신호탄으로 청와대 전면 개편과 총리 인선, 대대적인 개각에 나선다. 특히 이르면 9일 단행될 총리 후보자 지명은 인적 쇄신의 하이라이트다.
◇총리 후보자 금명간 발표=청와대는 현재 총리 후보자 막바지 검증작업 중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조만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총리는 박 대통령의 국가 개혁 작업을 총괄 지휘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청와대와 여권 주변에선 총리 후보자로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최근 자주 거론된다. 이 전 소장은 전북 임실 출신으로, 지역 안배 상징성에다 지난해 퇴임 후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 법률상담을 하는 등 전관예우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시각이 많다. 헌법재판관 출신의 김 총장은 지난해 8월 감사원장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월에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에 임명됐다. 경북 청도 출신이다. 그러나 두 인사 모두 또 법조인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총리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안대희 전 후보자 하차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중진 정치인, 법조인 출신 명망가, 충청권 인사들의 이름이 차례로 오르내렸다. 이 전 소장과 김 총장 외에 조무제 전 대법관, 김영란 전 대법관은 물론 심대평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 등 충청권 출신 인사도 여전히 후보로 거론된다.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충청권에서 완패한 데 따른 것이지만, 이 경우 단순한 ‘표심(票心) 총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속도 내는 청와대 개편=청와대는 이 수석 외에 다른 수석비서관들도 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민 대변인은 “다른 수석들은 누가 교체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석) 대상자들에 대해선 조만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상자들은 현재 검증이 진행 중”이라고도 했다.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청와대 참모진 전원 교체 목소리가 높았다. 청와대가 이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참모진 교체 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대국민 담화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 ‘국가 대(大)개조’ 의지를 거듭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선 공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차원에서 내각의 인적 쇄신뿐 아니라 청와대 개편도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개편 규모다. 현재로선 대폭 교체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일부 수석의 경우 유임도 배제할 순 없다. 당초 청와대 참모진 전원 사퇴를 촉구하던 여당 내에서도 6·4지방선거 이후 이런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국정 2기를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전원 물갈이까진 아니더라도 대폭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게 청와대 주변의 기류다.
청와대 1기 참모진의 핵심으로 ‘왕수석’ 별칭까지 있었던 이 수석이 사퇴하면서 나머지 ‘원년 멤버’ 수석들은 4명만 남았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조원동 경제수석,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다. 박준우 정무수석 등 나머지 4명은 지난해 8월 임명됐다. 교체될 수석 중 일부는 내각 개편을 통해 입각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김기춘 비서실장 거취 주목=청와대 개편 때 김 비서실장이 함께 교체될 지는 현재로선 유동적이다. 다만 이번 개편 때 유임되더라도 총리 후보자 지명, 내각 개편 등 인적 쇄신이 마무리되고 2기 내각이 정상 궤도에 올랐을 때 사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김 실장은 이미 세월호 참사 이후 주변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속내를 수차례 털어놨다고 한다. 야권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박 대통령의 전폭적 신뢰를 받는다는 점에서 롱런할 것이란 관망도 만만찮다. 하지만 청와대 개편의 핵심인 비서실장이 인적 쇄신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청와대는 다시 한번 불통인사 논란에 휘말릴 우려가 높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靑 수석비서관 ‘대폭 물갈이’ 초읽기 들어가
입력 2014-06-09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