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 재합의(재지정)를 앞두고 규제대상·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대기업 측은 적합업종 도입으로 중견기업 및 대기업이 피해를 입고, 외국계 기업의 활동 폭만 넓혔다며 제도 폐지까지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 측에서는 제도 존속의 필요성을 항변하고 있다.
8일 동반성장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동반위는 올해 적합업종 기간이 만료되는 순대 떡 탁주 재생타이어 어묵 두부 등 82개 품목을 대상으로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재지정 신청을 받는다. 재지정에 적용할 가이드라인은 11일 열리는 28차 동반위 심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2011년 적합업종 도입 후 3년 만에 폐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적합업종이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대기업 입장에선 사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사업을 제한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적인 투자와 사업 활동을 방해할 뿐이라는 것이다.
또 외국계 기업이 규제 대상에서 빠지면서 역차별 논란도 불거졌다. 발광다이오드(LED)의 경우 적합업종 지정 후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시장에서 철수했고, 그 자리를 필립스 등 외국계 기업이 비집고 들어왔다는 주장이다. 재생타이어 역시 외국계 업체의 시장 잠식 논란이 일었다. 커피 전문점의 경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규제에 따른 국내 업체의 역차별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거리제한 시행으로 스타벅스 등 외국계 점포는 급증한 대신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는 점포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달 커피, 편의점 등에 대한 거리 제한을 폐지했다. 커피를 적합업종으로 추진했던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결국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회의론 등을 이유로 신청을 철회키로 했다.
동반위는 그간의 지적을 감안해 가이드라인에 이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재지정 시 적합업종 해제는 중소기업에서 출발한 전문 중견 기업, 국내 대기업의 역차별 및 외국계 기업에 시장 잠식 여부, 연평균 고용이 10% 이상 늘어나는 등 고성장한 산업,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이나 국세청의 주류 면허권 등 다른 제도로 보호할 수 있는 품목, 특정 중소기업이 시장을 독점한 품목 등을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다. 재합의 기간을 최장 3년 안에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중소기업계는 대기업 입장이 반영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개혁 기조에 휩쓸려 한쪽 측면만 부각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 지 이제 3년도 되지 않았는데, 재지정을 앞두고 편향된 정보와 주장이 난무하는 경향이 있다”며 “제도의 효과도 큰 만큼 도입 당시 문제의식을 감안해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제도 유지 쪽에 무게를 두고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실제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기간이 만료되는 82개 품목을 신청했던 46개 업체 중 95.5%가 재지정을 신청하거나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커피 ‘中企 적합업종’ 없던 일로… 선정 기준 또 논란
입력 2014-06-09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