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00여만명 가운데 개신교인 비율은 1%에 불과하다.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인정한 아르메니아이지만 개신교의 선교 환경은 척박하기만하다. 주류인 아르메니아정교회의 보이지 않는 압박 속에서 아르메니아 개신교인들과 더불어 살아 있는 복음을 전파하는 쌍두마차 목회자들이 있다.
아르투르 시모냔(47) 목사. 그가 담임을 맡고 있는 예레반 생명의말씀교회는 성도 8800여명이 출석하는 아르메니아 최대 교회다. 출석 성도가 아르메니아 개신교인의 3분의 1을 훌쩍 뛰어넘었고, 해마다 400명 이상의 새신자가 등록하고 있다. 목회뿐만 아니라 교육과 출판, 교도소·TV방송 사역까지 활발하게 펼치는 복음주의 오순절 교단의 대표적 교회로 꼽힌다.
시모냔 목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예레반 교회 접견실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아르메니아 교회들은)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받아들인 나라’라는 자부심부터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예수님 앞에 섰을 때 그런 타이틀은 필요가 없다”며 “신실한 크리스천으로서 끝까지 믿음을 지키느냐, 지키지 못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 기독교 국가’에서 최대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로서의 자부심이 클 것 같다고 묻자 의외의 답변을 한 것이다.
개신교 선교활동에 있어 사실상 걸림돌이 되고 있는 아르메니아정교회에 대해서도 그는 한껏 몸을 낮췄다. “우리는 사도교회(아르메니아정교회)와 형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아직 개신교에 대해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양측의 관계는 점점 나아질 것입니다.”
1713년 전 세계 최초로 받아들인 기독교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아르메니아정교회가 불과 170년 전에 시작된 아르메니아 개신교에 대해 갖는 불편한 심경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시모냔 목사는 구 소련연방 체제 시절이었던 21세 때 복음을 받아들였다. 죽마고우가 큰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된 상황에서 일생일대의 문제에 맞닥뜨린 것이다. “우리 집은 부자였어요. 하지만 가장 소중한 친구를 그 많은 돈으로도 도울 수 없었어요. 인간이 무능한 존재임을 깨달았죠.” 공동묘지 한 켠에서 몰래 예배를 드리던 오순절 교단 소속 교회에 처음 나가게 되면서 그의 인생행로는 목회자로 방향을 틀게 됐다.
지난 4∼5일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를 초청해 대형 집회를 개최한 시모냔 목사는 “한국이 오늘날처럼 발전하게 된 데에는 한국 개신교의 힘이 컸다고 들었다”면서 “(이번 집회를 통해) 믿음이 현실로 바뀔 수 있음을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깨달았고, 앞으로도 한국교회가 경험한 믿음의 힘을 공유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시모냔 목사가 목회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면 레본 바르닥지안(60·예레반복음교회) 목사는 아르메니아 ‘개신교 보호’에 헌신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할 만하다. 시리아 태생의 그는 어머니의 서원기도로 목회자가 된 사람이다.
1991년 구 소련연방 체제가 붕괴되자 아르메니아인들은 먹고살 길을 찾고자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세계복음주의선교 단체의 유럽·중동지부 대표를 맡고 있던 그는 오히려 아르메니아로 향했다. 선교를 위해서였다.
“당시 아르메니아는 최악의 상황이었죠. 2만여명이 사망한 1988년 대지진의 피해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소련연방 체제가 무너지면서 혼란함 그 자체였어요.” 바르닥지안 목사는 고아와 걸인, 장애인을 돌보며 봉사와 복음전파 활동을 병행했다. 90년도 중반에 현재의 교회를 개척한데 이어 1999년부터는 선교방송국도 만들었다.
현재 그가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사역은 아르메니아 개신교의 보호 활동이다. 정부 안에 구성된 ‘국가종교협의체’에서 개신교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유럽이나 미국 수준의 선교활동이 가능한 종교법이 제·개정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바르닥지안 목사는 “아르메니아 개신교 상황에 대해 더 많이 알리고 나누고 싶다. 한국교회의 목회자들과 성도들도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예레반(아르메니아)=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미션&피플] 최초 기독교 국가 아르메니아 개신교 이끄는 ‘아르투르 시모냔 목사·레본 바르닥지안 목사’
입력 2014-06-09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