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집안의 '천재 건축가'가 세계 굴지의 건축제전인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에 사상 처음 최고상의 영예를 안겼다.
한국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개최된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65개 국가관 전시 중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1993년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이 독일관 공동 대표로 참가해 당시 독일관이 황금사자상을 받은 적은 있다. 하지만 119년 전통의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는 미술전과 건축전을 통틀어 처음이다. 건축계 대표주자로 차세대 건축가로 꼽히는 조민석(48)씨가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았다.
7일(현지시간) 개막식에서 심사위원단은 "한국관은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다양한 방식의 보여주기 방법이 공간과 건축적 서사를 지리·정치적 현실 안으로 확장시켰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지난 100년간 남북한 건축의 흐름을 전시에 담아낸 걸 세계 건축계가 인정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20년 전 약속을 실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난 95년 당시 창설 100주년을 맞은 베니스 비엔날레 측이 카스텔로 공원에 독립관 한 곳을 허가해주기로 하면서 한국은 아르헨티나, 중국 등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백남준과 건축가 김석철은 결정권을 쥔 마시모 카차리 시장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관을 신설하면 남북통일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관 건립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 결과 한국은 26번째로 독립된 국가관을 세웠다. 아시아에서 국가관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 한국관은 '근대성의 흡수'(Absorbing Modernity: 1914∼2014)라는 국가관의 전시 주제에 맞춰 '한반도 오감도'(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라는 제목으로 남북한의 건축을 선보였다. 시인이자 건축가였던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영감을 얻었다.
북측과의 공동 전시는 아쉽게도 성사되지 못했다. 수차례 백두산건축연구원 등에 공동 전시를 타진했으나 접촉조차 못했다. 그래서 한반도만이 가진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건축적 영향을 짚어보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전시는 안세권, 찰리 크레인, 서현석 등 국내외 29팀의 작가와 디자이너, 컬렉터 등이 참여해 '(삶의) 재건' '모뉴멘트적 국가' '경계' '유토피안 투어' 등 4개의 섹션으로 구성했다. 주제에 맞게 남한과 북한 건축의 변천 과정을 각각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남한의 경우 60년대 말 세워진 세운상가 등을 통해 도시 형성과 재생, 서울의 실상을 가감 없이 알렸다. 북한 코너에선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북한 평양의 복구 과정과 도시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93년 중국 베이징에 고려그룹을 설립한 뒤 북한에서 관광상품 개발, 영화 제작, 문화행사 등을 기획하며 활동해 온 영국 사업가 닉 보너의 컬렉션도 눈길을 끈다.
전시장을 찾은 전문가와 외신의 찬사도 쏟아졌다. 렘 쿨하스 총감독은 "가장 독창적인 전시"라며 감탄했다. 한스 올리히 오브리스트 스위스관 커미셔너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 중 최고"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당신이 예상하는 것보다 남과 북을 더 유사하게 보일 수 있도록 결합한 전시를 통해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7일 공식 개막과 함께 전시는 11월 23일까지 계속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베니스 황금사자상 쾌거] 분단 상황 속 남북한 건축 100년史 전세계 알렸다
입력 2014-06-09 04:44 수정 2014-06-09 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