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8일 내세운 당 대표 출마 명분은 '혁신'이다.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의 적폐를 해소해 활력을 찾고 궁극적으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김 의원은 "과거의 모든 구태를 과감하게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원고지 23쪽 분량의 출마 선언문을 통해 돈 봉투 없는 깨끗한 전당대회, 정당민주주의 확립, 건강한 당·정·청 관계 설정, 야당과의 상생 정치를 약속했다. 김 의원이 가장 힘주어 설명한 부분은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에게 돌려준다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는 개방형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다.
그는 "당헌·당규에 이미 상향식 공천이 규정돼 있지만 다시는 그 누구도 여기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김 의원은 주요 현안에 대해 당원에게 모바일로 의견을 묻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당무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민원위원회'(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적인 당론 결정을 위한 조치라는 게 김 의원 측 설명이다. 젊은 세대를 끌어안기 위해 '청년공천 할당제'도 내놨다. 김 의원은 "과거 새누리당은 투표하는 날 날씨가 좋아 젊은층이 놀러가길 바라고 투표율이 낮기를 기대한 '천수답 정당'이었다"고 인정했다.
김 의원이 정당민주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데는 두 번의 낙천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는 2008년 한나라당 공천에서 친이(친이명박)계로부터, 2012년 새누리당 공천에서 친박(친박근혜)계로부터 배제당하는 쓴맛을 봤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당에 그렇게 기여하고도 '공천 학살'을 당하면 당연히 정당을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선거공영제 강화도 약속했다.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각 당협의 경비를 중앙당에서 일괄 부담해 돈과 관계없이 유능한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캠프 개소식, 출정식 등은 하지 않기로 했다. 후보들에게는 깨끗한 전당대회를 위한 신사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여야 대표가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공존정치 회의체'(가칭) 추진을 내걸었다. 그동안의 당·정·청 관계에 대해선 "소통이 부족했다"고 평가한 뒤 "국정 동반자로서 할 말은 하는 집권 여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전날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기된 국정감사 증인 채택 외압 의혹과 관련해선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지난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모 사립대학 총장이 증인 명단에 포함됐으나 김 의원의 로비로 채택이 불발됐고, 국감 한 달 전 김 의원의 둘째 딸이 해당 대학에 최연소 전임교수로 임명됐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둘째 딸은 정상적인 공모에 응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수로 임용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당시 사학비리 관련 일반 증인은 여야 합의로 한 명도 채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 경쟁자로 거론되는 서청원 의원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답변을 사양함을 용서해 달라"면서 언급을 피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김무성 “돈봉투 없는 깨끗한 전당대회 치르겠다”
입력 2014-06-09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