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에너지원? 제2 석탄 전성시대

입력 2014-06-09 04:27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11월 석탄광산 운영기업인 경동과 호주 바이롱 유연탄 광산 개발 사업의 동반진출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한전은 앞서 2010년 7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위치한 바이롱광산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17년부터 40년 이상 연간 500만t의 발전용 유연탄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포스코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광에서 본격적으로 석탄을 캐내기 시작했다. 나라브리 유연탄광에서는 앞으로 27년 동안 매년 600만t의 유연탄이 생산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호주 마운트솔리·폭스레이·카보로다운스·인테그라 석탄광산 등에 투자했다.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석탄이 부활하고 있다. 산업혁명의 주역이었던 석탄은 그동안 기후변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추락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에 밀려 주요 에너지원 자리도 물려줬었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이 해외 석탄광산 개발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더 많은 석탄을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유럽과 중국, 인도 등에서도 석탄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왜 세계는 다시 석탄에 주목하는 것일까.

산업통산자원부가 8일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석탄사용량(국내생산량+수입량)은 2004년 8215만5000t에서 꾸준히 증가해 2008년(1억235만7000t) 처음으로 1억t을 넘어섰다. 지난해 사용량은 1억2832만2000t을 기록했다.

국내 석탄 사용량의 약 65%는 전력생산에 쓰이고 철강제련 등 산업용으로 33%, 연탄 등 가정과 상업용으로 2%가 사용된다. 전력생산에 사용된 석탄 양은 2004년 4793만t에서 지난해 8039만t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석탄 화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 비율은 38.8%에 이른다. 반면 전력생산에 투입된 석유는 2004년 2987만1000t에서 지난해 2305만1000t으로 감소했고, 비율도 2∼4%에 불과하다.

석탄 사용이 꾸준히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석탄 화력발전 단가는 경쟁 에너지원에 비해 크게 싸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12년 에너지원별 발전 단가는 원자력이 ㎾h당 39.61원으로 가장 싸고 석탄이 66.34원, 액화천연가스(LNG)는 210.11원이었다. 유류는 253.04원, 신재생에너지는 118.66원이나 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 원자력 발전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석탄은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싼 에너지원이다. 게다가 셰일가스 붐으로 석탄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최근 셰일가스 사용이 늘면서 남아도는 석탄을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탄 가격이 하락하고, 수요는 더 늘고 있다.

석탄의 매력이 커지자 선진국에서도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의 2012년 석탄 수입량은 전년 대비 32%나 뛰었다고 보도했다. 2022년까지 전체 원전 폐쇄를 결정하며 부족한 에너지원은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충당하겠다고 선언했던 독일의 경우 2012년 석탄 발전량이 1620억㎾h로 1990년 1710㎾h 이후 2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국도 2012년 한 해 석탄 사용량이 전년대비 약 40%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과 인도에서 꾸준히 석탄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향후 30년 이상 에너지원에서 석탄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2020년에는 석탄이 원유를 제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앞 다퉈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불황으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와중에도 STX에너지(현 GS이앤알) 인수전에 GS 포스코 삼탄 등이 뛰어들었고 약 5600억원을 투자한 GS가 인수에 성공했다. 동양파워는 4000억원을 제시한 포스코에너지가 지난 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동양파워의 시장 예상가치인 2500억∼30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또 석탄은 매장량이 풍부해 공급 안정성이 높다. 세계 석탄매장량은 약 9000억t으로 향후 100∼200년은 충분히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석탄 화력발전의 단점인 이산화탄소와 분진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친환경 석탄발전 기술개발도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이산화탄소 제거율 95%, 발전효율 55% 이상인 차세대 석탄 화력발전 기술을 개발 중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