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로 원유 생산이 크게 늘면서 우유는 불론 각종 유제품 재고량이 크게 늘고 있다. 분유 재고는 11년 만에 최고치다. 그러나 원유가격 연동제 탓에 우유값을 내릴 수도 없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8일 낙농진흥회의 원유생산통계에 따르면 지난 3, 4월 전국 총 원유생산량은 각각 19만4326t과 19만2261t이었다. 지난해 3월의 18만2950t과 4월의 18만2249t보다 각각 6.2%, 5.5% 증가했다. 3월 생산량은 2008년 5월(19만3186t)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원유 생산량이 늘면서 분유 재고량도 크게 늘었다. 4월 분유 재고량을 원유로 환산하면 18만5856t으로 2003년 6월(17만9506t)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4월(12만928t)과 비교하면 53.7% 늘었다.
한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올 들어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 젖소 집유량이 많아진 데다 지난해 원유값은 오르고 최근 사료값은 내리면서 목장주들이 원유 생산을 늘렸다”며 “우유와 각종 유제품이 남아돌면서 원유 파동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중국 정부가 유제품 수출업체등록제를 시행하면서 수출업체 등록을 신청한 국내 우유업체 48곳 중 6곳이 등록보류 판정을 받아 흰 우유의 중국 수출 길도 일시적으로 막힌 상태다.
원유가 남아돌지만 유가공업체들은 원유가격 연동제에 발이 묶여 가격 인하는 고려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낙농가와 우유업계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원유가격 연동제는 매년 8월 우유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작년 8월 제도 도입과 함께 당시 ℓ당 834원이었던 원유 기본가격이 ℓ당 940원으로 12.7% 오르면서 우유 소매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오는 8월 원유가격 연동제 기준 설정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분간 우유 수급 불균형이 계속 심화될 것으로 보여 ‘원유 파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우유 남아도니 분유도 넘쳐… ‘原乳파동’ 우려
입력 2014-06-09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