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알뜰주유소 잡아라” 몸단 정유사들

입력 2014-06-09 04:27

국내 석유제품 시장은 정유 4사의 과점구조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순서의 시장점유율 구도는 단단했다. 하지만 최근 견고하던 시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SK에너지가 30%에 미치지 못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내려앉았고, 빈틈을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치고 올라왔다.

변화의 진원지는 알뜰주유소다. 경쟁을 유도해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정부가 추진한 알뜰주유소는 2011년 12월 1호점이 등장했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에 납품되는 알뜰주유소용 석유제품, 석유전자상거래 및 정유사와 계약을 통해 공급받는 제품을 판다. 지난 4월 말 현재 전국 알뜰주유소는 1047개로 전체 주유소의 10%에 이른다.

알뜰주유소가 생긴 이후 SK에너지의 경질유(휘발유 등유 경유 등) 내수시장 점유율은 2012년 32.4%에서 올 들어 4월까지 평균 28.3%로 주저앉았다. 2위인 GS칼텍스도 2012년 25.0%에서 올해 1∼4월 24.1%로 하락했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선두권 부진을 틈타 야금야금 점유율을 늘렸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4월부터 중부권, 에쓰오일은 남부권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 22.2%였던 점유율을 올해 1∼4월 23.1%로 키웠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는 GS칼텍스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에쓰오일도 2012년 16.3%에서 올해 1∼4월 18.7%로 점유율이 상승했다. 석유공사와 수의계약을 맺고 알뜰주유소 휘발유 물량의 절반가량을 공급하는 삼성토탈과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행 등으로 입지를 넓혀온 석유 수입업체들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알뜰주유소에 반발하던 정유업계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지자 뒤늦게 알뜰주유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달 말로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석유공사와 맺은 유류 공급계약이 끝나고 신규 공급사가 선정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8일 “지난해 입찰에서 탈락한 SK에너지와 GS칼텍스를 비롯한 정유사들이 사활을 걸고 신규 공급사 선정에 달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