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정보공유-情 쌓는 ‘살맛나는 아파트’… 송파 5000여 가구 ‘카페 공동체’

입력 2014-06-09 02:32
아파트 생활로 파편화된 현대 도시인들의 삶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매개로 마을 공동체의 끈끈함을 되찾고 있다. 공간적 단절을 뛰어넘은 주민들은 생활용품 등을 나누며 정을 쌓을 뿐 아니라 신속한 정보 공유를 통해 지역 내 범죄자까지 잡는 수준에 이르렀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5000여 가구 중 상당수가 네이버에 개설된 주민 카페에서 활동 중이다. 주로 올라오는 단어는 ‘드림’이다. 가전제품이나 급한 사정으로 갈 수 없는 공연표, 아이가 크면서 쓸모없어진 장난감을 이웃에게 공짜로 ‘드리겠다’는 내용이 대다수다.

할인매장에서 대용량 제품을 구입한 뒤 필요한 만큼을 뺀 나머지를 주민에게 파는 이른바 ‘소분(少分)’을 비롯해 직접 만든 쿠키나 수제 리본 등을 재료값만 받고 판다는 글도 올라온다. 인근 롯데월드가 현재 얼마나 붐비는지, 백화점 주차에 필요한 시간은 얼마인지 등을 묻는 글도 쉽게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면서 아파트 인근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도 20∼30분 만에 전파된다. 잠실 일대를 돌며 음란 행위를 하다 지난 4월 검거된 황모(26)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주민이 피해 사실을 카페에 공개하면서 이틀 만에 전 주민이 황씨의 존재와 수법을 알게 됐고, 나흘째 다시 범행에 나선 황씨는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8일 “파편화, 분절화된 삶을 극복해 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젊은 주부들 사이에선 몇 년 전부터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하자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