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창업공신’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퇴를 시작으로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핵심 참모이자 최측근인 이 수석 교체를 신호탄으로 청와대 개편에 나선다.
청와대는 8일 이 수석 외에 다른 수석비서관들도 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다른 수석들은 누가 교체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석) 대상자들에 대해선 조만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상자들은 현재 검증이 진행 중”이라고도 했다.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청와대 참모진 전원 교체 목소리가 높았다. 청와대가 이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참모진 교체 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대국민 담화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 ‘국가 대(大)개조’ 의지를 거듭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선 공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차원에서 내각의 인적 쇄신뿐 아니라 청와대 개편도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개편 규모다. 현재로선 대폭 교체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일부 수석의 경우 유임도 배제할 순 없다. 당초 청와대 참모진 전원 사퇴를 촉구하던 여당 내에서도 6·4지방선거 이후 이런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국정 2기를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전원 물갈이까진 아니더라도 대폭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게 청와대 주변의 기류다.
청와대 1기 참모진의 핵심으로 ‘왕수석’ 별칭까지 있었던 이 수석이 사퇴하면서 나머지 ‘원년 멤버’ 수석들은 4명만 남았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조원동 경제수석,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다. 박준우 정무수석 등 나머지 4명은 지난해 8월 임명됐다. 교체될 수석 중 일부는 내각 개편을 통해 입각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청와대 개편 때 김기춘 비서실장이 함께 교체될지는 현재로선 유동적이다. 다만 이번 개편 때 유임되더라도 총리 후보자 지명, 내각 개편 등 인적 쇄신이 마무리되고 2기 내각이 정상 궤도에 올랐을 때 사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김 실장은 이미 세월호 참사 이후 주변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속내를 수차례 털어놨다고 한다. 야권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박 대통령의 전폭적 신뢰를 받는다는 점에서 롱런할 것이란 관망도 만만찮다.
하지만 청와대 개편의 핵심인 비서실장이 인적 쇄신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청와대는 다시 한번 불통인사 논란에 휘말릴 우려가 높다. 여권 관계자는 “김 실장 교체 여부가 정부의 개혁 의지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명간 단행될 박 대통령의 총리 후보자 지명은 인적 쇄신의 하이라이트다. 박 대통령의 국가 개혁 작업을 총괄 지휘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인 만큼 얼마나 개혁 성향을 가진 인사를 임명할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민 대변인은 “조만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현재 막바지 검증 작업 중이다.
총리 후보자로는 지난달 28일 안대희 전 후보자 하차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중진 국회의원, 법조인 출신 명망가, 충청권 인사들의 이름이 차례로 오르내리고 있다. 당초 김문수 경기지사, 조무제 전 대법관, 김영란 전 대법관 등이 유력한 후보로 언급됐지만 최근에는 심대평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과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 등 충청권 출신 인사도 거론된다. 강원 출신인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도 거명된 상태다.
충청 출신 인사들이 부상한 것은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충청지역 광역단체장(4곳)을 모두 야당에 내주면서 중원을 잃은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여론 달래기 차원에서 총리를 지명한다면 후폭풍은 클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의 국가 개혁을 이끌 적임자로서의 총리가 아니라 단순한 ‘표심(票心) 총리’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靑수석비서관 ‘대폭 물갈이’ 초읽기 들어가
입력 2014-06-09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