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로 미뤄졌던 내각과 청와대 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사의표명 사흘 만에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윤두현 디지털YTN 사장을 내정했다. 한두달 공석이 다반사인 박근혜정부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신속한 인사다. 핵심 측근인 이 수석 퇴진을 신호탄으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의 막이 올랐다.
금명간 새 총리 후보자도 지명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약속대로 ‘국가 개혁에 적임이고 국민이 요구하는 분’을 국민 앞에 선보여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 제시한 이 기준에 부합하는 개혁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적임자를 찾아야 국가 대개조를 향한 대장정의 첫걸음이 가벼워진다. 하루라도 빨리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제2의 안대희 사태가 있어선 절대 안 된다.
걱정스러운 것은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안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 논란 끝에 중도하차한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김관진 국방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한민구 내정자는 전역 후 2년 동안 국방부 산하기관에서 억대의 자문료를 받아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있다. 안 전 대법관에 비해 액수가 적을 뿐 본질은 다르지 않다. 윤 홍보수석 내정자는 경북 경산 출신으로 ‘여당 편형 보도’ 논란에 휘말린 전력 때문에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돌이켜보면 박 대통령 인사가 순탄했던 적이 별로 없다. 총리의 경우만 해도 3명의 후보자 가운데 2명이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인사가 더 큰 원인이다. ‘영남·법조공화국’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사만 하면 이들이 정부 요직에 등용된다. 이러면서 국민 화합과 국가 대개조를 이야기하니 적잖은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여당 내부에서 ‘박근혜식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게 아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마당에 국정 운영의 또 다른 축인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이 자리를 고수하는 것은 책임정치와 거리가 멀다. 대통령이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을 일신해 정부의 면모를 쇄신하려고 결심했다면 김 실장 거취에 대한 읍참마속의 결단이 필요하다.
관피아를 척결하고 국가를 개조하는 데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나면 박 대통령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야당 의견도 들어봐야 새 인물이 보인다. 6·4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여의 편도, 야의 편도 아니다. 그것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나라를 이끌어가라는 명령이다.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마저도 대통령이 오로지하진 말라는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 특정 분야, 특정 지역 출신이 요직을 독점하는 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사설] 국민은 국가대개조 위한 2기 인사 바란다
입력 2014-06-09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