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사단인 ‘시카고 사단’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선 지원에 나섰다고 NBC와 시카고 선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만든 그들이 이번에는 미 최초 여성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는 정치자금 모금단체인 ‘레디 포 힐러리(Ready for Hillary)’는 지난 5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2건의 모금행사를 가졌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시카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위한 모금행사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고급 레스토랑과 스포츠바에서 차례로 열린 행사에는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 딕 더빈 연방상원 민주당 원내총무, 잰 샤코스키·빌 포스터·로빈 켈리·대니 데이비스 등 일리노이주 연방 하원의원들, 리자 매디건 일리노이 검찰총장, 존 컬러턴 일리노이주 상원의장, 토니 프렉윙클 쿡카운티 의회 의장 등 시카고 유력 정치인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대부분 과거 오바마 대통령을 적극 도왔던 이들이다.
이 가운데 이매뉴얼 시장은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는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힐러리와 맞선 오바마의 손을 들어줬다. 더빈 의원과 샤코스키 의원은 일리노이 연방 상원의원이던 오바마에게 대통령 출마를 권유했다.
행사에서 더빈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민주당으로선 뾰족한 대안이 없다”면서 “그는 최고의 카드”라고 치켜세웠다. 프렉윙클 의장은 “일리노이 출신의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을 만들자”고 했다. 시카고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의 고향이기도 하다. 힐러리는 시카고에서 태어나 고교 때까지 시카고에서 자랐다.
클린턴 전 장관도 시카고 정가의 이런 우호적 분위기에 맞춰 오는 20일까지 이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10일에는 시내 중심가에서 열리는 전미 청과물협회(UFPA) 연례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11일에는 기술인 모임인 ‘시카고 아이디어 위크’ 행사에서 자신의 회고록 ‘힘든 선택들(Hard Choices)’ 출간 행사를 갖는다. 행사에는 이매뉴얼 시장이 나와 힐러리와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아직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친(親)오바마 세력이 적극 나서면서 일찌감치 당내 유력 대선 후보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NBC는 특히 “모금행사 때 시카고 젊은이들이 대거 몰렸다”고 밝혀 오바마 대통령 당선 때처럼 젊은이들이 힐러리 지원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20일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시카고에서 이매뉴얼 시장의 재선을 위한 정치자금 모금행사를 도울 예정이어서 클린턴 전 장관과 시카고 사단 간의 밀월이 더욱 끈끈해질 것으로 보인다.
Key Word-시카고 사단
오바마 대통령이 초선 및 재선에 성공하는 데 기여한 시카고의 전략가 및 정치인 그룹이다. 초선의 상원의원인 오바마를 불과 4년 만에 대통령으로 만들어냈을 정도로 열성적인 지지그룹이었고 전략도 탁월했다. 시카고 사단은 젊고 진보적인 경향이 강해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가 '변화'를 기치로 내세우게 했고, 이것이 '경험'과 '연륜'을 강점으로 내세운 힐러리 후보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꺾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선거 승리 후에는 백악관에도 진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클린턴 대통령으로”… ‘시카고 사단’ 본격 나섰다
입력 2014-06-09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