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지식향연’이 얼마 전 50여일간의 1차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신세계그룹이 대학생에게 인문학을 전파하고 청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인문학 축제다.
사실 인문학은 기업에 꼭 필요한 학문이다. 기업 환경에서 갈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요구되며 그 중요성이 부각된다. 스마트폰을 한번 보자. 인간의 본질적인 행동 패턴과 직관에 대한 이해가 거기에 반영돼 있다.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 그 어디에도 인문학이 적용되지 않은 데가 없다.
무엇보다 신세계가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의 하나는 경영 이념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 작고한 김태길 전 서울대 교수가 쓴 ‘삶이란 무엇인가’(철학과현실사)이다. 서울대에 다닐 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접하고는 늘 가슴에 품고 사는 책이다.
CEO로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책의 가르침을 중요한 지침으로 삼는다. 나는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우리 임직원들이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 구성원들의 복지제도와 인사정책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해왔다. 비용과 효율, 원가, 생산성 등의 개념들로 채워진 경영·경제 이론서들은 답을 주지 못했다. 그 실마리를 이 책에서 찾았다.
책에는 인간의 행복 조건 다섯 가지가 제시돼 있다. 첫째 생활의 안정, 둘째 건강, 셋째 자아의 성장, 넷째 원만한 대인관계, 다섯째 공동체 안에서의 떳떳한 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사·복지 제도를 만들고 있다. 물론 제도와 정책은 회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때마다 새 정책들이 ‘이 다섯 가지를 충족시킬 것인가?’라고 자문하며 결정을 내릴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CEO의 서재] “급변 환경 적응 위해 인문학 필요”
입력 2014-06-09 02:41 수정 2014-06-09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