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세월호 수습에 당리당략적 접근 말아야

입력 2014-06-09 02:40
‘대한민국호의 침몰’이라 불릴 정도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4·16 세월호 참사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많이 잊혀진 느낌이다. 하지만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 진행 상황을 보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시점이다. 아직도 10여명의 실종자가 바닷속에 있으며,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 척결 등을 골자로 한 국가 대개조를 선언했지만 실천에 옮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때문에 새로 출범한 19대 후반기 국회가 정부와 협력해 비상한 자세로 후속 조치를 마련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국회의 당면 과제는 이미 시작된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고, 재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수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여야 무승부로 끝난 데다 미니 총선이라는 7·30 재보선을 앞둔 상황이라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돼 걱정이다. 여야가 정국 주도권 싸움에 몰입할 경우 진상규명도, 후속 입법도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여야 모두에게 분노의 채찍을 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세월호 참사 후속 조치 과정에서 당리당략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오직 국민의 바람과 요구를 기준으로 의정 활동을 해 나가야겠다. 국회의장단뿐만 아니라 여야 원내 지도부도 새로 구성된 만큼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생의 정치력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상생의 정치는 상호 양보를 전제로 한 대화에서 나온다. 세월호 국정조사의 경우 기관보고 일정과 방식에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다. 재보선이 국정조사 기간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기관보고 시점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보고의 공개 여부와 김기춘 비서실장의 출석 여부 또한 민감한 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성역 없는 조사와 국가 이익을 협상의 기본 잣대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여야가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모든 문제는 법과 관행에 따라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은 찬반이 엇갈리는 부분이 적지 않은 만큼 행정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통해 신중히 처리하는 게 좋겠다. 개편 후 잘못이 드러날 경우 부작용이 예상외로 클 수 있다. 재난안전기본법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도 정부와 야당의 생각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 관피아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척결할지에 초점을 맞추면 합의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인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은 이유 불문하고 빨리 처리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