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굴욕기 거친 중국 아시아 맹주 지위 원한다” 후쿠야마 교수 세미나서 주장

입력 2014-06-09 04:27

프랜시스 후쿠야마(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 6일(현지시간) “중국이 100년의 굴욕기를 거쳐 다시 돌아왔다”면서 “중국은 과거 왕조시대처럼 아시아에서 ‘넘버 원’ 지위를 인정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과 자유민주주의 승리를 예견한 베스트셀러 ‘역사의 종언’ 저자이기도 한 그는 미국 워싱턴DC 케이토연구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은 지금 살라미(salami) 전술로 아시아를 잘게 쪼개 야금야금 잠식해가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일정부분 비슷해 보이지만 중국의 경우 권위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베트남과 필리핀, 일본 등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그는 “중국은 남중국해나 동중국해의 산호초에 관심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향해 ‘우리가 돌아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미국과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7일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베트남명 쯔엉사·중국명 난사군도)에 있는 피어리 크로스 암초를 활주로와 항만을 갖춘 인공 섬으로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어리 크로스 암초는 중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필리핀과 베트남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신문은 진찬룽(金燦榮)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해 중국 중앙정부에 인공 섬 건설 계획이 제출됐다며 이 섬은 미국이 인도양에서 운영하고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보다 최소한 2배 이상의 규모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인공 섬 건설 계획은 이미 스프래틀리 군도 존슨 남(南) 암초에서 진행 중인 매립 작업의 진척에 따라 추진될 것이라고 진 교수는 덧붙였다.

중국이 인공 섬에 활주로를 건설키로 한 것은 동중국해에 이어 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인공 섬 건설 계획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방어적에서 공격적으로 바뀌는 것을 암시한다고 해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