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전 아직 그럴 깜냥이 안 됩니다.”
시인 림태주(사진)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그는 지난 1994년 계간 ‘한국문학’으로 등단한 뒤 대한민국 문단의 대표시인인 황동규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시집은 단 한 권도 내놓지 않았다. 시집 없는 시인 림태주가 최근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을 냈다.
8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산문은 시와 소설의 경계이기 때문”이라며 산문집을 낸 이유를 짧게 설명했다.
림태주는 시보다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명세를 탔다. 2009년 책 홍보를 위해 SNS에 올린 글들에 사람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글자수가 제한돼 함축적으로 써야 한다는 SNS 환경은 시인인 그에게 딱 맞았다.
그는 “페이스북 독자들 중 40대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자기 것 대신 남의 것을 자기 머리에 가둬두려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그런 그들에게 사소한 일상을 얘기하는 내 글이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인기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SNS 글엔 일상을 풀어놓은 글들이 많다.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마라. 너만의 독특함을 가져라. 최고는 항상 남을 이기고 앞질러야만 얻을 수 있는 비정한 전리품이지만, 독특함은 무리에 함께 섞여 온유함을 나누면서도 언제라도 너를 드러낼 수 있는 아름다운 힘이다.”
아들을 위해 쓴 이 충고 글은 조회수 30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산문집 추천사를 쓴 서울대 법학대학원 조국 교수와도 이 글 때문에 인연을 맺었다.
이번 산문집도 SNS 글과 다르지 않다. 총 5장에 걸쳐 일상에서 만나는 그리움을 풀어썼다.
그는 “사람들이 산문집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기를 원한다”면서 “‘자뻑(스스로에게 반한다는 뜻의 속어)’, 즉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자기 생각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시집에 대해 물었다. 그는 “올 하반기에 시집을 낼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자뻑, 자부심 갖고 생각하는 사람 많아졌으면…” 시인 림태주,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 펴내
입력 2014-06-09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