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상인 울리는 담배 털이… 서울 한복판 20곳 연쇄 범행

입력 2014-06-07 06:14 수정 2014-06-07 06:30
지난 4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길 가판대로 평소처럼 출근한 장모(72)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처음 보는 커다란 천막이 가판대를 덮고 있었다. 천막을 젖히자 부서진 자물쇠가 눈에 들어왔다. 밤사이 도둑이 든 것이다. 10갑들이 담배상자 60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담배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종로·남대문·신촌 일대 가판대 16곳과 슈퍼 4곳이 담배를 무더기로 도난당했다. 피해 규모는 3500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CCTV 분석과 유전자 감식 결과 공범 2명의 연쇄 절도 사건으로 파악하고 범인들을 추적한 끝에 지난 3일 경기도 구리에서 용의자 고모(57)씨를 검거했다. 공범의 행방도 쫓고 있다.

이들은 공사 중인 것처럼 가판대 입구를 천막으로 가려 행인의 시선을 피했다. 1명이 천막 안에서 자물쇠를 부수고 담배를 훔치는 동안 다른 1명은 근처에 자전거를 세워 두고 망을 봤다. 낱개 담배는 건드리지 않고 10갑들이 담배상자만 훔쳤다. 경찰 관계자는 “낱개 담배는 업소에 되팔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대부분 서민들인 가판대 업자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0월 이들에게 담배 430갑을 털린 남대문 가판대 주인 조모(71)씨는 “사건이 일어나기 몇 달 전부터 수시로 우리 가게 앞을 서성이던 남성 2명이 있었는데, 나중에 경찰이 보여준 범인 사진을 보니 그 사람들이 맞았다”면서 “범행 후에도 우리 가게 앞을 찾아왔기에 겁에 질린 이 동네 가판대 업자들이 다 방범시스템과 CCTV를 달았다”고 말했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서민 대상 범죄인 만큼 철저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