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의 ‘책 읽는 직장’ 캠페인은 새롭고 뜻 깊다. 일단 좋은 책을 골랐으니 읽어보시라는 식의 계도가 아니어서 좋다. 직장이라는 공간과 직장인을 배제하면 국민의 연간 독서량을 늘릴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이를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독서가 추진력을 가지려면 그 자체가 문화가 돼야 한다. 차별화된 창의적 정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이는 더욱 필요하다. 그것이 경쟁력이자 생존력이다. 책이야말로 그런 정보와 아이디어의 보고다. 학고재는 “한국의 메디치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신세계그룹 임직원을 위해 인문서 몇 권을 추렸다. 인문서는 그 자체가 창조성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읽는 이가 스스로 곱씹어보고 뒤집어볼 때 창조의 토양이 될 수 있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은 조선 역사에서 최대의 치욕으로 얼룩진 병자호란을 소재로 했다. 조정의 허망한 말놀음과 백성의 지난한 고통을 교차시키는 김훈의 문체는 날카롭고도 무자비하다. 2007년 출간 이래 ‘남한산성’이 지닌 정치·사회적 함의는 전혀 퇴색하지 않았다.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 속에서 약소국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고립무원의 성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자는 주전파와 항복을 수용하는 주화파 사이의 갈등에서 김훈은 우리에게 서늘하고도 곤혹스런 질문을 던진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영국 언론인 앤드루 로빈슨이 지은 ‘천재의 탄생’은 세상을 놀라게 한 천재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 그 비밀을 파헤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등 역사 속의 천재들을 탐구한 뒤 이런 결론을 내렸다. ‘깜짝 천재’나 ‘벼락 천재’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면서 말한다. “천재는 인간의 근성과 집중이 만들어낸 결과일 뿐 초인적인 은총의 산물은 아니다.”
‘한국미의 전도사’로 불린 최순우의 유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는 전통미술에 관한 주옥같은 글이다. 회화, 조각, 건축 등 전 영역에 걸쳐 명품과 걸작의 면면을 더듬고, 살가운 해설을 덧붙였다. 군더더기 없는 글이 주는 읽는 맛까지 있다.
<박해진 대표>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출판사 한마디] 도서출판 학고재
입력 2014-06-09 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