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결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적 텃밭인 호남에서 무소속 대반란이 일어나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전북·전남 36곳 기초단체장 가운데 15곳이 무소속 당선자를 배출했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도 사상 첫 무소속 시장이 나왔다. 안철수 공동대표 세력과 옛 민주당 세력의 물밑 충돌, 공천 실패 등이 겹친 참사라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은 전북·전남 21곳에서만 승리해 승률이 58%에 불과했다.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자 이춘석 전북도당 공동위원장은 선거 다음날인 5일 "내부 갈등과 불협화음으로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도당위원장 사퇴서를 냈다. 전북 공동위원장인 안 대표 측 조배숙 전 의원의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다.
전북에서 기초단체장 14곳 가운데 절반인 7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고 전남은 22곳 중 8곳이 무소속에 패한 것은 무엇보다 옛 민주당 세력과 안 대표 측 세력이 공천 과정에서부터 선거 당일까지 물고 뜯으며 싸운 결과다. 지분 싸움으로 공천이 엉망이 됐다는 비판이다.
시간에 쫓기다가 여론조사로 대체했던 공천 과정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 전북지역 한 의원은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 공천의 특성상 인지도가 있는 현역 위주로 나눠먹기 공천이 되고 말았다"며 "민심을 제대로 못 읽은 공천이 됐고 무소속이 많이 당선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기초 무공천을 예상해 출마를 준비한 무소속 후보들이 많았던 점도 혼란을 부추겼다.
그러나 호남 공천이 실패한 이유를 놓고는 책임론이 엇갈린다. 책임을 상대편에게 전가하며 서로 해당행위라고 공격하는 상황이어서 징계 문제가 계파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전북 상황에 밝은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안 대표 측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경선에서 떨어지자 무소속 후보 쪽으로 몰려가 지원을 했다"며 "해당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일부 당직자도 무소속 후보를 뒤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 대표와 가까운 쪽에서는 옛 세력이 반발해 새 인물이 공천되지 못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무소속 후보들이 난립하기보다는 "새정치연합을 심판하자"며 지역별로 무소속 단일화에 나선 것도 새정치연합에는 큰 타격이 됐다. 기초 무공천 논란과 네거티브가 판치면서 민심 이반도 극심했다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의 또다른 관계자는 "무공천이 번복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민심이 당에 등을 많이 돌렸다"며 "지역 민심이 상처를 많이 입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오래갈 가능성이 크다. 호남 전반에 걸쳐 갈등의 골이 넓고 깊은 데다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 당 지도부가 이 문제를 풀어낼 힘이 부족하고, 무소속 기초단체장들이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의원 및 광역단체장 등과 지속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 특히 전남·광주의 7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갈등이 다시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엄기영 임성수 기자 eom@kmib.co.kr
[이슈분석] ‘깃발’ 안먹힌 텃밭… 새정치 호남 후폭풍
입력 2014-06-07 06:13 수정 2014-06-07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