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뒤에도 뒤숭숭한 호남… 安-민주계 책임공방 불붙나

입력 2014-06-07 06:13 수정 2014-06-07 06:30

새정치민주연합의 호남 공천은 시작부터 끝까지 잡음의 연속이었다. 공천에 불만을 가진 전북지역 후보들은 ‘무소속 연대’까지 만들어 “새정치연합을 심판해 달라”고 지역 유권자들을 파고들었다. 당내 인사가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해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일도 있었다.

◇경선 끝없는 잡음에 유권자들 심판=당초 기초선거 ‘무공천’을 내세웠던 새정치연합은 갑작스레 ‘공천’으로 선회했다. 따라서 제대로 후보를 공천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또 옛 민주당계와 안철수(사진) 공동대표 측 입장 차이로 파행도 이어졌다. 전북도당의 경우 공천심사위원 수 배분을 놓고 씨름하다가 위원회 구성만 3일이 걸렸다. 기초단체장 후보 경선을 위한 후보 압축 문제로 또 논란을 벌였다.

지난달 7일에는 새정치연합 전북 지역기초단체장 후보들이 경선 룰에 불만을 터뜨리며 중앙당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구태정치 개선은커녕 밀어붙이기 경선을 하고 있다”며 “차라리 무공천으로 유권자들이 직접 지방일꾼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 측 조배숙 전북도당 공동위원장은 공천심사에 불만을 토로하며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당시 “3선 도전에 나선 시장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최고위에 올리자는 의견을 냈지만 민주계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3선에 도전했던 익산시장 이한수 후보는 당의 공천을 받았으나 결국 무소속 후보에게 졌다. 전북도당은 공천에 불만을 가진 탈락자들의 점거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100%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출하면서 무성한 뒷말도 낳았다. 응답률이 일반 여론조사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착신전환’ 의혹이 제기됐다.

◇경선 불만·줄줄이 탈당·무소속 연대=전북에서는 당의 공천에 반발해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무소속연대를 만들었다. 이 연대는 힘을 발휘해 박경철 익산시장 당선자. 이항로 진안군수 당선자, 최용득 장수군수 당선자 등을 배출했다. “‘공천=당선’이라고 여기는 새정치연합을 심판해야 한다”는 무소속 후보들의 주장이 민심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새정치연합 경선에서 탈락하자 탈당해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사람들도 속속 나왔다. 광양시장 경선에 나선 이정문 후보는 지난달 26일 새정치연합 탈당한 뒤 무소속 정현복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개표 결과 무소속인 정 후보가 새정치연합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결국 공천이 문제였다. 전북의 한 의원은 “기초자치단체장 경선을 2배수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출마한 경우가 많다”며 “경선에서는 이길 수 없지만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일례로 부안군수에 당선된 무소속 김종규 후보도 중앙당 자격심사에서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옛 민주당계 의원들의 ‘자기 사람 심기’에 정치 신인들이 염증을 느꼈다는 분석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의원들이 대부분 자기 사람을 공천하면서 물갈이를 기대하고 당에 들어왔던 사람들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며 “이런 사람들이 똘똘 뭉쳐 무소속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텃밭에서 사실상 대패하면서 옛 민주당과 안 공동대표 측의 책임 공방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안 대표는 지난 4일 트위터에서 지역별 유세횟수를 분석한 의원실의 글을 리트윗했다. 광주는 17차례, 경기도는 30차례나 방문했다는 내용으로 ‘광주 올인론’을 반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해당 자료를 보면 안 대표는 무소속이 휩쓴 전북은 아예 방문하지 않았고, 전남은 3회 방문에 그쳐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