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브라질월드컵서 달라지는 것] 폭염에 탈진할라… 전후반 중간 ‘3분 휴식’

입력 2014-06-07 06:14 수정 2014-06-07 06:30
한낮 경기서 선수 보호 차원 ‘쿨링 브레이크’
초고속 카메라 14대가 공 추적 ‘골 판독기’
세트피스 때 수비벽 위치 표시 ‘배니싱 스프레이’
선수 보호와 정확한 승부 등을 위해 월드컵에는 다양한 제도가 새롭게 도입된다. 2014 브라질월드컵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전에 없던 색다른 장비와 장면을 볼 수 있게 된다.



①쿨링 브레이크(Cooling Break)

지난달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튀니지의 평가전에서 경기가 한창 진행되던 전반 30분. 반칙이나 선수 부상도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그러자 양팀 선수들은 각자 벤치로 가서 물을 마셨다. 바로 ‘쿨링 브레이크’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수 보호를 위해 브라질월드컵부터 도입한 것이다. 경기가 열리는 기간 브라질 일부 지역에는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진다. 특히 낮더위가 심한데도 유럽 지역 중계 때문에 총 64경기 중 24경기가 한낮인 오후 1시에 열린다. 이에 FIFA는 선수들의 탈수 방지를 위해 경기 도중 물을 마시며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무조건 쿨링 브레이크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경기 시작 전 체감온도지수가 32도 이상일 때 심판 등 경기 관계자들이 쿨링 브레이크를 줄지 논의하게 된다. 시행이 결정되면 전·후반 25분이 경과된 시점에서 3분간 휴식을 주게 된다.

②골 판독기(Goal Control 4-D) 도입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잉글랜드는 독일과의 16강전에서 오심에 눈물을 떨궜다. 프랭크 램파드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안쪽에 떨어진 뒤 밖으로 튕겨 나왔지만 주심이 이를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선 이런 오심이 없어지게 됐다. FIFA가 이번 대회 골 판정에 판독기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작동 방법은 이렇다. 경기가 시작되면 초고속 카메라 14대가 공의 위치를 경기 내내 추적하게 된다. 공이 골라인을 1㎜라도 넘어가면 1초 내로 심판의 손목시계로 득점 신호와 득점 시간이 전달된다. FIFA는 지난 4월 골 판독기 장비로 독일 골 컨트롤사의 ‘골 컨트롤 4-D’ 도입을 확정했다.

③배니싱 스프레이(Vanishing Spray)

브라질월드컵에선 세트피스 상황에서 정확한 거리를 확보하는 ‘배니싱 스프레이’도 선보인다. 배니싱 스프레이는 프리킥 지점과 수비벽까지 거리를 정확히 스프레이로 표시하는 것이다.

세트피스 시 수비벽은 9.15m 떨어진 곳에 쌓아야 한다. 그러나 거리가 제각각이고 더 앞으로 가려는 수비진은 더 뒤로 물리려는 공격진은 물론 심판과 매번 충돌한다. 이런 소모적인 시간을 줄이기 위해 스프레이로 거리를 표시하는 것이다. 심판이 스프레이를 뿌리게 되면 하얀색 자국이 남지만 몇 초 후 저절로 사라진다. 이 규정은 2012년 3월 축구 규정과 경기 방식을 결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에서 정식 승인된 뒤 2013년 터키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과 클럽월드컵 등에서 사용됐다. 배니싱 스프레이는 우리에게도 낯익다. K리그는 지난 시즌부터 아시아 최초로 배니싱 스프레이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④상업적·정치적 행동 금지

월드컵 광고가 최대 수익원인 FIFA는 앰부시(매복·ambush) 마케팅을 엄격히 금지한다. 브라질월드컵에선 선수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도 통제된다. 또 공식 후원사인 소니의 제품이 아닌 헤드폰을 끼고 경기장에 나서는 것도 금지된다.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 상표가 노출된 사진이 SNS를 통해 공개되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다. 속옷 세리머니도 내용에 상관없이 금지된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처럼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