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 사회기반시설 등 꼭 필요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사업에 민간이 투자하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을 시행해 왔다. 민간 재정을 활용하고 창의와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이 사업에 예산으로 메운 돈이 860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런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2013년도 민자투자사업 운영현황 및 추진실적 보고서’를 국회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정부가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에 따라 BTO에서 기대 수입을 거두지 못한 민간에 지급한 돈은 8605억원이다. BTO 전체 투자액인 2조2342억원의 38.5%다. 국가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민간을 끌어들여 놓고 실제론 ‘밑 빠진 독’을 채우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전체 보장액은 2010년 5073억9400만원, 2011년 5331억4000만원, 2012년 6547억4000만원으로 매년 늘다가 지난해 증가폭을 키웠다.
지난해 가장 많은 나랏돈이 들어간 곳은 인천국제공항철도 사업이다. 무려 2959억원의 보장액이 지급됐다. 이 사업은 2012년에도 예산 2750억원이 투입됐었다. 이어 인천공항고속도로(977억원), 대구·부산 고속도로(839억원), 서울도시철도 9호선 1단계 구간(831억원), 천안·논산고속도로(454억원) 순이었다.
BTO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는 민자사업 수입이 추정 수입보다 적을 경우 정부가 약정한 최소수입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장 기준은 사업마다 다르게 설정된다. 기대 수익의 80%를 보장하기로 했는데 실제 수익이 기대 수익의 120%를 넘어서면 초과분은 국가가 돌려받는다. 90%를 보장하기로 했다면 기대 수익의 110%를 넘어선 금액을 환수하는 식이다. 정부가 BTO 사업에 나선 민간의 손실 부담을 덜어주는 만큼 초과 수익은 돌려받겠다는 것인데 지난해 이런 식으로 받은 환급금은 0원이었다. 2012년엔 188억원을 환수했다.
정부는 BTO로 인한 재정 손실이 심각해지자 2009년 보장액 지급을 중단했지만 폐지 이전에 결정된 사업에 대해서는 보장액 지급을 끊을 수 없었다. 대신 지급 기준을 낮추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꿨다. 기대 수익에서 모자란 부분을 보장해 주던 방식에서 투자비용 손실 부분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BTO 문제는 시민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민간의 수익을 책임져 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피해는 보지 않도록 수익 보전 방식에서 사업비 보전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바꿔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단독] 민자 사업의 역설… 2013년 나랏돈 8600억 퍼줬다 인천공항철도·대구부산고속도 등 밑빠진 독
입력 2014-06-07 06:14 수정 2014-06-07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