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갈지(之)자’ 외교가 국제사회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하는가 하면, 미국·유럽연합(EU) 등 우방국과 불편한 관계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대화’를 제안했다.
도쿄신문은 6일 “아베 총리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타진했으나 거절당해 5분간 서서 대화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현지에 도착한 뒤 다음날 회의 개최 전까지의 시간을 이용해 정상회담을 원했으나 미국이 수용하지 않았다. 신문은 “미 측이 일정을 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면서 “결국 두 정상이 선 채로 대화를 나눴고 5분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정상회담 불발은 실무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최근 일본의 자국 이기주의 행태에 미국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하고 중국과의 영해권 분쟁에서 일본 편을 들었지만,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 일절 양보하지 않았다. 일본은 또 북한과 납북자 문제를 협상하면서 미국과 사전조율 없이 독자대북제재 해제 방침을 밝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미·일 공조에 틈이 생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한술 더 떠 5일에는 크림공화국 병합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대화를 제안했다. 아베 총리는 G7 폐막 즈음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가 책임 있는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건설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는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미·일이 냉각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 팀 존슨(사우스다코타), 마틴 하인리치(뉴멕시코), 마크 베기치(알래스카) 등 미국 상원의원 3명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상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아베, 갈팡질팡 외교행보 구설
입력 2014-06-07 06:14 수정 2014-06-07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