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6일(현지시간) 프랑스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1개월'이라는 시간을 제시하며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보다 강력한 제재 조치를 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미국 의도와 달리 주요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와 개별 정상회담을 가졌다. 70년 전 상륙작전 때 독일과 아돌프 히틀러를 겨냥했던 것처럼 미국이 이번에도 서방 연합국들과 힘을 합쳐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무너뜨리려 했지만 다른 연합국들의 '적과의 동침'으로 결국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미국의 고립 작전과는 달리 푸틴 대통령은 기념식에 앞서 열린 오찬장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인을 처음으로 만나 정전 문제를 논의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 러시아는 또 미하일 주라보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가 7일 키예프에서 열리는 포로셴코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한 달 안에 해결해라"=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 참석을 위해 벨기에와 프랑스를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병합한 러시아에 한 달 안에 우크라이나 개입 정책을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제재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 구체적인 시간 프레임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다음 단계의 제재는 제한적이었던 그동안 제재와는 차원이 다른 금융이나 에너지 등 광범위한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의 구상과 달리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 핵심 우방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국 주도의 대(對)러시아 고립작전은 외형상 어그러진 셈이다.
특히 프랑스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6억 달러(약 1조6400억원) 규모의 최첨단 '미스트랄' 상륙함 2척을 러시아에 판매키로 했다. 프랑스 관리는 NYT에 "프랑스는 러시아 고립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떻게 러시아를 무시할 수 있나. 그들은 중동의 주요한 세력이며 어디에나 있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 회동해 어떻게 우크라이나에서 휴전을 할 것인지 논의했다고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이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개입하지 말고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 당선자를 인정하고 함께 일하라"고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오찬장에서 크림반도 병합 이후 처음 조우했지만 대화 없이 어색한 분위기만 연출됐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외무부는 미하일 주라보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가 7일 키예프에서 열리는 포로셴코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야권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하자 항의 표시로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160억 달러짜리 저녁식사?=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 고립 문제보다도 자국 최대 은행에 부과될지 모르는 벌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올랑드 대통령은 파리 샹젤리제 인근 한 식당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2시간가량 저녁식사를 했다. AFP통신은 이 저녁을 100억 달러(약 10조2200억원)짜리로 묘사했다.
현재 미국 법무부는 프랑스 BNP파리바가 2002∼2009년 수단과 이란, 시리아에 부과된 제재 조치를 어기고 거래를 한 혐의를 잡고 100억 달러의 벌금을 매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벌금이 단일 은행 사상 최고액인 160억 달러(16조35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최근 미국에 이를 우려하는 서한을 보낸 데 이어 저녁자리에서도 미국의 합리적 접근을 재차 요청했다. 일단 오바마 대통령은 냉랭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앞서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지만 미국의 전통은 대통령이 검찰 기소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훈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parti98@kmib.co.kr
[서방정상-푸틴 佛 회동] 푸틴, 우크라 대통령 당선인 첫 대면… 크림 사태 풀릴까
입력 2014-06-07 06:14 수정 2014-06-07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