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피아 척결에 대한 공직사회 반발 우려스럽다

입력 2014-06-07 06:12 수정 2014-06-07 06:30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내세운 국가 대개조 작업이 성공하려면 공직사회가 적극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공무원들 사이에 우려스러운 조짐이 보인다. 박 대통령이 국가 대개조를 언급하면서 ‘관피아’ 척결을 다짐한 데 대해 공직사회가 반발하는 기류가 있다는 것이다. 6·4지방선거 결과 중앙공무원 밀집 지역인 세종과 대전에서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에 패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세종시장 선거에서 현직인 새누리당 유한식 후보는 새정치연합 이춘희 후보에게 15.6% 포인트의 큰 표차로 패했다. 대전시장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가 새정치연합 권선택 후보에게 줄곧 앞섰으나 선거 결과 패했다. 특히 공무원들이 많이 사는 유성지역 구청장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 후보가 각각 60.71%, 36.25%를 득표해 큰 격차를 보였다. 지금은 공무원이라고 꼭 여당을 찍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런 선거 결과를 종합해볼 때 관피아 척결에 대한 공직사회의 불만이 표출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밝힌 관피아 척결의 핵심은 민간 전문가의 공직 채용 확대와 공무원의 유관단체 취업 제한이다. 당장 고위 공무원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퇴직 후 취업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향의 개혁은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공무원이 갑(甲)이고, 민관 유착이 유지되는 한 우리 사회의 적폐는 결코 뿌리 뽑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듯 관피아 척결이 중요하고도 시급한 국정과제라면 공직사회가 불만을 표출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혁의 주체로 나서도록 서둘러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군사정권 때처럼 힘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적, 제도적 장치를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은 여야가 함께해야 효과적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요청하고, 야당은 당연히 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