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쏟아낸 공약들을 다 이행하려면 100조원에 가까운 국가 재정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지사 당선자는 ‘경남 미래 50년 성장동력 육성’ 사업 등에 총 31조원을 투입키로 했는데 그 중 국비 투입 규모가 20조원이다.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도 20만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한 총 8조2895억원 가운데 40%인 3조5330억원을 국비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낙연 전남지사 당선자는 2개 연도교(連島橋) 건설 등에 1조1057억원, 새누리당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는 인천∼강릉 간 고속화철도 건설에 국비 지원을 각각 요청할 계획이다. 새정치연합 이춘희 세종시장 당선자는 청와대 제2집무실과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하는 공약을 국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요청들을 다 들어주다간 국가예산안이 누더기가 될 것이다.
광역단체장 당선자의 공약 가운데는 선심성인 것이 적지 않다. 가덕도 신공항처럼 타당성이 불투명한 사업도 상당수다. 이제 선거가 끝난 마당에 당선자들은 전문가들과 함께 엄밀한 검증을 거쳐 공약들의 추진 여부를 신중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선자들이 요구하는 국비가 전액 지원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획재정부의 승인 과정에서 탈락할 수 있고, 승인되더라도 감액되기 일쑤다. 공약사업 추진을 위한 국비를 따내지 못하면 지방 공공기관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업을 떠안아 결국 지방 공공기관마저 부실해지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강원도 태백시 태백관광개발공사가 2008년에 세운 오투리조트의 지난해 채무가 3392억원으로 올해 태백시 예산보다 많다는 점을 떠올려 보라.
시민단체 등이 평가한 자료들을 보면 단체장들의 평균 공약 이행률은 60∼70%선이다. 지방 재정자립도는 민선 1기 때인 1995년 63.5%, 1997년 63%를 기록한 이후 매년 내리막길이다. 지난해에는 51.1%, 올해 50.3%에 그쳤다. 지자체 살림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허황되거나 재원 조달이 불투명한 공약을 선별해서 빨리 접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사설] 당선자들, 쏟아낸 공약들 취사선택 잘하라
입력 2014-06-07 06:12 수정 2014-06-07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