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지역으로 逆파송, 이호잣 목사 “무슬림을 목회자로 만든 하나님 인도하심에 순종”

입력 2014-06-09 04:26
오는 12일 터키로 떠나는 이호잣 목사와 배은경 사모가 중동 지역 지도를 가리키며 무슬림 선교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기독교로 개종한 무슬림 출신의 목사가 이슬람 지역으로 역(逆)파송된다. 주인공은 서울 광장동 나섬공동체 나섬교회(유해근 목사)에서 사역 중인 이란계 한국인 이호잣(48) 목사.

이 목사는 오는 12일 가족과 함께 터키로 출국한다. 터키에 살고 있는 이란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함이다. 국내 ‘종교난민 1호’이기도 한 그를 최근 나섬교회에서 만났다.

“터키에는 매년 약 200만명의 이란인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터키가 이란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란인들이 해외로 나갈 때 중간 캠프로 터키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나섬교회는 ‘역파송 이슬람권 선교회’를 조직해 이 목사 부부의 사역을 도울 예정이다.

유해근 목사는 “이슬람 지역인 터키에서 이란인들에 대한 사역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며 “무슬림 출신으로 우여곡절 끝에 목사가 된 그의 역파송은 그야말로 한국교회 선교역사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20여년 전 한국에 올 때처럼 다시 나그네의 길을 택했다. 예수님도 나그네로 이 땅에 오셨다. 예수 그리스도가 진리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기에 아무 두려움이 없다. 이란인들, 무슬림들도 예수님을 믿었으면 좋겠다. 반드시 구원을 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무슬림을 목회자로 만드신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에 그저 순종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유창한 한국말로 인터뷰를 한 그는 “하나님은 기도 가운데 ‘혼자가 아니야, 너와 함께 있을 거야. 걱정 안 해도 돼’라고 응답하신다”며 “한국교회가 무슬림의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와 관심을 보여 달라. 우리는 목숨을 걸고 무슬림의 선교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3년 외국인근로자로 이 땅에 왔다. 합판·인쇄·미싱공장에서 일하던 중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배우러 나섬공동체를 찾았다. 기독단체에서 활동하다 보니 기독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회교와 기독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꾸란과 성경은 어떻게 다른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던 중 수련회에 참석하게 됐다. 언어와 문화 차이, 고된 업무 등으로 한국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한국 성도들이 보여준 사랑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동안 먹지 않던 돼지고기를 입에 대는 등 자신을 휘감고 있던 이슬람 관습을 벗어던졌다. 성경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옥탑방 구석에서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는 요한복음 14장 6절 말씀을 읽고 예수님을 영접하는 기도를 드렸어요. 온몸의 털이 곤두서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나오더군요.”

그는 2002년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으로 거듭났다. 이후 ‘복음을 잘못 알고 있는 자신의 가족과 민족, 무슬림에게 복음을 전하리라’ 결신하고 신학의 길을 걸었다. 서울장신대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2004년 12월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난민자격을 얻어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신학공부가 어려워 남몰래 운 적도 많았다. 목사고시에도 여러 번 떨어졌다. 하지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지난해 10월 예장 통합 서울노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교회 안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한국인 여성 배은경(44)씨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